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파국을 맞으면서 전쟁이 재개된 가운데 가자지구 주민들이 자신들을 통치하는 하마스를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다고 AP 등이 27일 보도했다.
이날 AP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 마을에서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3000여 주민이 모여 “우리는 하마스의 몰락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인근 가자시티와 시자이야 지역에서도 ‘하마스는 떠나라’ ‘우리는 지쳤다’ 등의 구호를 앞세운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남부 요충지인 칸유니스로까지 시위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아마르 하산은 AP에 “우리의 시위가 이스라엘 점령을 멈추지는 못하지만, 하마스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을 파멸 대상으로 간주하는 하마스는 온건 성향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LA)와 노선 차이로 대립했고 2006년 이래 서안은 PLA가,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분점해왔다. 그러나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 이스라엘의 격퇴전으로 가자지구는 폐허가 됐다. 지난 1월 어렵게 휴전이 성사됐으나 연장 협상이 결렬되면서 최근 교전이 재개되고 인명 피해가 속출하자 ‘절대 권력’ 하마스에 대한 주민 분노가 치솟으면서 규탄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발발 이래 가자지구 내 희생자는 민간인과 하마스 대원을 포함해 5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에 대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지지도도 하락세다. 팔레스타인 정책 및 조사 연구센터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의 하마스 지지율은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71%에 달했으나, 석 달 뒤에는 57%로 감소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하마스에 대한 규탄 시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쟁 발발 전인 2019년과 2023년에도 ‘비드나 니쉬(우리도 살고 싶다)‘라는 구호 아래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신속하게 진압됐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하마스가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시위를 제압할 경우, 이스라엘에 본거지가 노출될 수 있어 진압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위가 더욱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마스 정치국 간부 바셈 나임은 페이스북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시위할 권리를 인정한다”면서도 “(비난은) 범죄자이자 침략자(이스라엘)를 향해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이런 상황을 반기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시위를 독려하며 “당신들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철수하고 모든 이스라엘 인질들을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전쟁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