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법원이 반(反)이스라엘 시위에 참가했다가 추방 위기에 놓인 컬럼비아대 한인 학생 정모(21)씨를 이민 당국이 구금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합법적 영주권을 가진 정씨를 구금할 만큼 그가 위법적인 활동을 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5일 뉴욕 남부연방법원 나오미 부흐발트 판사는 자신을 구금·추방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을 중단시켜 달라는 정씨 측 요청을 받아들여 ‘임시 구금 금지’를 결정했다. 법원이 이민 당국의 추방 명령이 적법한지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구금할 수 없고, 뉴욕 남부연방법원 관할 지역 밖으로 이송하는 것도 금지한다는 것이다. 연방 정부가 다른 사유로 정씨를 구금하려 할 때도 정씨가 의견 진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법원과 정씨 변호인에게 사전 통지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부흐발트 판사는 “정씨가 지역사회를 위험하게 하거나 테러 조직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정씨는 이날 저녁 발표한 성명에서 “가슴에서 백만 파운드가 내려간 것 같은 기분”이라면서 “힘이 되어준 컬럼비아대 교수와 학생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정씨는 일곱 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2021년 영주권을 취득하고 2022년 컬럼비아대에 입학한 그는 지난해 미 대학가를 휩쓴 반이스라엘 시위에 참여했다.
이민 당국이 그를 주목한 시점은 이달 초로 보인다. 정씨는 이달 5일 컬럼비아대의 자매 학교인 버나드 칼리지 도서관에서 반이스라엘 시위 도중 뉴욕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났다. 트럼프 정부의 불법 이주자 추방을 주도하는 이민세관단속국(ICE)에서 이후 정씨의 영주권이 취소됐다고 통보하고, 그를 찾기 위해 컬럼비아대 기숙사를 수색했다.
몸을 피한 정씨는 2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금 및 추방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이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정씨 변호인은 “정부가 계속해서 그를 체포한 뒤 추방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는 반이스라엘 시위에 적극 참여한 세력을 구금하고 추방을 시도하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지난 8일 ICE는 지난해 봄 대학가 시위를 주도한 컬럼비아대 학생 마흐무드 칼릴을 체포했고, 17일엔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선전물을 퍼뜨리고 반이스라엘주의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조지타운대 박사후과정 연구원 바다르 칸 수리씨도 구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