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국제 공상(工商) 업계 대표 회견’이라고 이름 붙은 이날 면담에는 지난 23∼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한 주요 글로벌 기업의 수장 30여명이 참석했다. 시진핑은 지난해 CDF 폐막 이후에는 미국 기업인들만 따로 만났지만, 올해는 한국, 독일, 프랑스,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양한 국가의 기업인들과 면담하며 대(對)중국 투자 확대를 호소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면담에 참석한 인사들은 이 회장과 곽 사장 외에도 독일 자동차 업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미국 배송 업체 페덱스,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 미국 제약사 화이자, 영국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덴마크 해운기업 머스크,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 등의 수장들이 포함됐다. 중국 측에서는 시진핑 외에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 왕원타오 상무부장, 란포안 재정부장 등이 배석했다.
이날 면담에서 시진핑은 “중국은 이전에도 그렇고 지금과 앞으로도 외국 기업인들에게 이상적이고 안전하며 유망한 투자처”라며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외자 기업들에게 공평한 사업 환경을 법에 따라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개혁개방을 진전시키기 위해 확고하게 노력하고 있다”면서 “개방의 문은 더 넓게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의 길을 막는 것은 결국 자신의 길만 막을 뿐”이라면서 “다른 사람의 빛을 꺼트린다고 자신의 빛이 밝아지지 않는다”고 했다.
시진핑이 직접 글로벌 기업의 수장들과 만난 이유는 중국은 해외 투자 유치가 절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귀환 이후 미중 관세 전쟁이 본격화됐고, 중국 내부에선 부동산 장기 침체와 내수 부진 등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중국 직접투자액(FDI)은 전년 대비 27.1% 감소하며 중국 경제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 분쟁에는 보복 관세와 핵심 광물 수출 통제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에는 중국의 대외 개방 의지를 강조하며 우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편, CDF 참석차 중국을 찾은 이 회장은 일주일 동안 중국에서 머무르고 있다. 지난 22일 베이징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찾았고, 24일에는 광둥성 선전에 있는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 본사를 방문했다. 이 회장이 최근 삼성 내부에 ‘사즉생(死則生·죽기로 마음먹으면 산다는 뜻)’의 각오를 강조한 가운데, 솔선하는 의미로 적극적인 글로벌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