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베네수엘라가 공공기관 주간 법정 근로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최근 연료 부족에 따른 잦은 정전 사태로 이 같은 고육지책을 마련한 것이다.
2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 당국은 관영 언론을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기후 위기로 인한 전 세계적 기온 상승 추이를 고려해, 공공기관 근로 시간을 오전 8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베네수엘라 당국은 법정 근무일을 사흘로 줄였다. 이에 따라 총근무 시간은 주 13시간 30분에 그치는 셈이 됐다.
당국은 또 전등 사용을 자제하고 자연광을 활용할 것, 에어컨 온도를 높일 것,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 전원을 끌 것 등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지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이러한 조처를 취한 배경으로 ‘기후 위기’를 꼽았다. 하지만 최근 정전 사태가 잇따라 발생한 것을 고려해보면, 전력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베네수엘라는 이전부터도 전력 소비가 늘어나는 7∼8월 여름에 카라카스를 포함한 전역에서 전력 공급 문제를 겪어왔다. 특히 2019년에는 대규모 블랙아웃이 발생, 일주일가량 휴교령이 내려졌으며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2019∼2021년에는 정전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받던 233명의 환자가 숨졌다는 내용의 국가 보고서도 나온 바 있으며, 지난해에도 대규모 정전 사태로 몸살을 앓았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 세계 1위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국영 석유회사인 PDVSA(Petroleos de Venezuela, S.A)의 부실 경영과 시설 노후화 등으로 연료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제재까지 겹치면서, 원유를 휘발유로 정제하기 위해 필요한 성분을 제때 충당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내부 문서를 인용해 PDVSA 또한 정부 에너지 절약 명령에 따라 행정직 직원 근로 시간을 축소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문서에는 “모든 부서에 에너지 절약 계획을 따를 것을 명령한다. 석유 및 가스 생산, 정유소 및 거래 활동을 담당하는 운영 부문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업체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나 가스를 수입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의 모든 교역 과정에서 25%의 관세를 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관세 부과 개시일을 4월 2일로 적시했다. 그러면서 관세 부과 이유에 대해 “베네수엘라는 의도적이면서도 기만적으로 수많은 범죄자를 미국에 위장 송환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