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중국 현지에 보유하고 있던 마지막 부동산을 매입가에서 34%의 손실을 보고 처분했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이 빌딩은 블랙록이 2017년 매입한 상하이 내 27층 오피스 건물인 ‘트리니티 플레이스’로, 매각가는 약 9억위안(약 1820억원)이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단기간에 회복이 어렵다고 보고 ‘손절매’한 것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장기화되자, ‘큰손’들이 빠르게 떠나고 있다. 블랙록은 지난해 말에도 중국 내 오피스 빌딩 한 채를 40% 이상 손실을 보고 처분했고, 중국 부동산 신규 투자를 사실상 중단했다. 블랙록의 아시아 부동산 투자를 담당했던 임원 존 손더스는 2023년 말 회사를 떠났다.

그래픽=이진영

지난 1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상하이·쑤저우·청두·충칭 등에 있는 쇼핑몰 4개 지분 49%를 중국 다자보험그룹에 매각했다. 홍콩의 부동산 개발업체 파크뷰그룹도 베이징 중심가의 복합 쇼핑몰인 팡차오디를 낮은 입주율을 이유로 매물로 내놨다. 시장 분석 업체 MSCI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외국 자본의 신규 부동산 매입 규모는 59억달러로, 2014년 이후 최저치다. 같은 기간 외국 자본이 매각한 부동산 규모는 이보다 큰 69억달러에 달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0년 말부터 시행된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와 코로나 이후 지속된 경제 둔화로 인해 장기 침체에 빠진 상황이다. 중국 대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은 올해 20% 이상 기록할 전망이고, 주요 도시의 사무실 임대료는 전년 대비 10%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 중국 내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전년 대비 약 30% 감소했고, 신규 주택 가격은 21개월 연속 하락세다.

중국 주요 도시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지난해 10% 이상 폐업했다. 경쟁이 치열해진 중개업자들의 매물을 팔기 위한 천태만상 노력도 화제가 되고 있다. 28일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후이저우(惠州)에서 여성 중개업자들이 데이팅 앱을 통해 남성들에게 접근한 뒤 결혼을 조건으로 아파트 구매를 유도한 사건이 벌어졌다. 아파트를 팔기 위해 ‘미인계’까지 동원한 것이다. 아파트를 구매하면 금괴를 준다거나, 연안 도시 옌타이(煙台)의 휴가용 별장을 끼워준다고 홍보하는 곳도 생겨났다. 허난성에선 농작물로 계약금을 받고 있다. 실제 한 중개업체는 아파트 30채 판매 계약금으로 마늘 430t을 받았다.

홍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더우인(틱톡의 중국 버전) 등 소셜미디어에선 정장을 차려입은 중개업자들이 라이브 방송으로 아파트를 홍보하고, 노래나 춤, 코미디 쇼를 선보이고 있다. 우한시에선 ‘AI(인공지능) 부동산 중개업자’가 등장해 아파트 내부를 생중계하며 고객들의 질문에 실시간 응답했다.

중국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세금 완화 등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1가구 1주택자가 5년 이상 살던 집을 팔면 20%를 내야 했던 양도소득세를 전면 면제했고, 취득세는 3%에서 1%로 크게 내렸다. 시중은행들의 부동산 기업 대상 대출을 독려하고, 재건축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시장 회복은 2026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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