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통화하는 모습.(자료 사진)/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이 지연될 경우 러시아산 석유에 최대 25~5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2차 관세는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는 국가나 기업이 미국과의 거래에 제한을 받을 수 있도록 압박하는 조치다.

트럼프는 30일 미 NBC 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푸틴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도력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 매우 화가 났다”며 “전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AFP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지난 28일 우크라이나에 과도정부 수립을 요구하며 젤렌스키를 사실상 축출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는 “만약 러시아와 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는 데 실패하고, 그것이 러시아 탓이라 판단된다면, 러시아산 석유에 2차 제재로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는 미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모든 러시아산 석유에 대해 25~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지난 24일에도 베네수엘라가 범죄자 불법 이민자들을 미국에 보내고 있다는 이유로 베네수엘라로부터 석유와 가스를 구매하는 모든 국가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가 이날 러시아산 석유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역시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는 모든 국가와 기업들에게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작년 대선 유세 기간부터 “취임하면 24시간 이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을 수차례 반복했다. 실제 트럼프는 취임 이후부터 미·러·우크라이나 3자 간 회담을 이어왔으며, 지난 주에는 흑해 안전 항로 보장 및 에너지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 중단을 골자로 한 부분적 휴전이 체결되기도 했지만, 취임 후 석달째 여전히 종전 협상은 진행 중이다. 특히 전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푸틴이 적극적으로 종전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트럼프는 “푸틴도 내가 화났다는 걸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가 옳은 일을 하면 그 분노는 금세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번 주 안에 다시 통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는 같은 인터뷰에서 이란을 향해서도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이란이 미국과 핵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준의 폭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이란에 대해서도 2차 관세를 경고했다. 하지만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의 직접 협상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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