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이스라엘 주의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대학가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하버드대와 예일대에서 중동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 온 일부 학자의 보직을 교체하거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의 압박으로 대학 자율성이 침해된다는 논란 속에서 대학들이 백악관의 요구에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하버드대 대학신문인 하버드크림슨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 대학은 팔레스타인 등 중동문제를 연구해 온 중동연구센터의 소장 제말 카파다르 교수(터키학)와 부소장 로지 브쉬어(역사학)를 교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버드크림슨은 “중동연구센터의 일부 프로그램은 반이스라엘 성향을 보이고 이스라엘의 관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아왔다”고 했다. 두 교수는 이 같은 인사 조치에 대해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NYT는 두 교수와 대화를 나눈 다른 교수를 인용해 “모두 자신들이 강제로 사임하게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들의 갑작스러운 해임은 학문의 자유와 대학 자율성에 대한 우려를 일으켰다”고 했다.
아이비리그 대학인 예일대는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과 연계 의혹이 제기된 이란 국적의 국제법 학자 헬리예 두타기와 고용 계약을 종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예일대 로스쿨에 ‘법과 정치경제 프로젝트’ 부책임자로 영입된 그는 반이스라엘 단체 ‘사미둔’과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사미둔은 무장단체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의 자금원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미 정부는 사미둔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두타기는 “나는 팔레스타인 인권 지지자이지만 미국 법을 위반하는 단체의 일원이 아니라”며 사미둔과의 관계를 부인한 바 있다. 예일대는 “두타기는 학교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고 원래 다음 달 만료될 예정이었던 계약은 즉시 끝났다”고 했다. 보스턴글로브는 “트럼프 행정부가 캠퍼스에서 반이스라엘주의에 맞서지 않으면 연방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압박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한편 미네소타 대학에서도 대학원생이 이민 당국에 체포되어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네소타대는 구금된 학생의 신원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20일 이민세관단속국이 국제 대학원생을 구금했다고 했다. 미네소타주 상원의원인 도론 클라크(민주당)는 “학생의 소재도 모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미치도록 화가 나고 무섭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