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새 문신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취임 후 처음으로 하와이, 괌, 필리핀, 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을 순방 중인 헤그세스가 지난 25일 하와이의 한 군사 기지에서 해군 특수부대(네이비 실)와 함께 훈련 중인 모습을 담은 사진을 소셜미디어 X에 올렸는데, 그의 이두박근 안쪽에 몇달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아랍어 문신이 새로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논란이 된 문신은 아랍어로 ‘카피르(كافر)’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불신자’ 또는 ‘이교도’를 뜻하며, 이슬람권에서는 모욕적 표현으로 간주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헤그세스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그의 몸에 10개 이상의 기독교 극단주의를 상징하는 문신이 있어 임명 때부터 논란이 됐다는 점에서, 해당 아랍어 문신이 이슬람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가 너딘 키스와니는 미 언론에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미국의 전쟁을 지휘하는 인물이 드러낸 명백한 이슬람 혐오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키스와니에 따르면, 헤그세스의 이 문신은 같은 부위에 새겨진 라틴어 문구 ‘데우스 불트(Deus Vult·하나님의 뜻)' 문신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다. ‘데우스 불트’는 11세기 십자군 전쟁 당시 사용된 슬로건으로, 기독교 세력이 무슬림으로부터 성지를 탈환하려 했던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다.
기독교와 미국 애국주의 상징을 몸에 다수 새겨온 헤그세스는 여러 차례 문신으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대표적으로 그의 가슴에 새겨진 ‘예루살렘 십자가’ 문양은 기독교 민족주의 상징으로 해석되면서 군인 출신이던 헤그세스가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경호 임무에서 배제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헤그세스는 작년 6월 폭스뉴스에 출연해 “내 부대의 지휘관들이 내가 가진 종교 문신 때문에 나를 극단주의자나 백인 우월주의자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의 첫 문신은 팔에 새겨진 ‘칼이 꽃힌 십자가’로 마태복음 10장 34절 ‘나는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는 구절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복무 경험이 있는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의 헤그세스는 2020년 인터뷰에서 “37~38세 무렵부터 문신을 새기기 시작했다”며 문신의 장점 중 하나로 “사람들이 내 입장을 정확히 알게 된다. 나는 내 관점을 원래부터 겉으로 드러내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한편, 헤그세스는 지난 15일 예맨 이슬람 무장조직 후티 공습 작전과 관련된 군사 정보를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 상업용 메신저(시그널)에서 논의하다 이를 실수로 기자에게 공유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헤그세스는 또 지난달 13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와 지난 6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미·영 국방장관 회담에 자신의 배우자를 동석시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민간인을 고위 안보 회의에 동반하면서 국방 수장으로서 기밀 유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