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강진으로 태국 방콕에서 건설 중이던 33층 빌딩이 붕괴한 사고와 관련해 태국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30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28일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방콕 명소 짜뚜짝 시장 인근에 건설 중이던 33층 높이의 태국 감사원 청사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다.
당시 현장에선 태국인과 외국인 근로자 등 수백 명이 작업 중이었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100명 넘게 실종된 상태다.
건물 공사를 맡은 곳은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철로총공사(CREC) 계열 건설회사인 ‘중철10국’의 태국 현지 합작법인과 ‘이탈리안·태국 개발’이다. 2020년 착공했으며 21억밧(약 91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
사고 직전 건물의 공정률은 30% 정도로 뼈대 공사는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사고 영상에는 건물 뼈대가 33층까지 도달한 상태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이 담겨 있어 시공상 결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붕괴 원인에 대해 “바닥이 보 없이 기둥 위에 직접 놓이는 플랫 슬래브 공정이 하나의 문제일 수 있고, 방콕의 부드러운 토양이 땅의 흔들림을 증폭시켰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도 전날 공공사업·도시농촌계획국에 이번 참사와 관련한 긴급 조사를 명령하고 다음 달 5일까지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진앙지에서 1000㎞ 이상 떨어진 방콕의 고층 빌딩과 다수의 공사 현장은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유독 이 건물만 무너진 점을 지적했다.
정계 입문 전까지 친나왓 일가의 부동산 사업을 관리했던 총리는 “건물 붕괴를 여러 각도에서 담은 많은 영상을 봤다”며 “내 경험상 이런 문제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건설) 예산의 상당 부분이 배정됐고 완공 기한이 연장되었기 때문에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통탄 총리는 위원회에 건물 설계, 설계 승인 기관, 승인 방법 등을 조사하고 붕괴 요인을 밝혀내라고 지시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지진 발생 당시 방콕 시내의 아찔한 상황을 담은 영상들이 공유되고 있다. 방콕 통로의 50층짜리 콘도에선 건물들을 연결하는 공중 다리가 무너지고, 건물이 휘청거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피니트 풀의 물이 거리로 쏟아지기도 했다.
찻찻 싯티판 방콕시장은 지진에 따른 방콕 내 건물 피해 사례 700여 건을 조사하기로 했다. 방콕시는 지금까지 건물 피해 신고 약 2000건을 접수했으며 가장 심각한 사례부터 순서대로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