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가 28일 통화했다. 카니가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지난 14일 취임한 이후 첫 통화다. 트럼프는 트뤼도를 ‘주(州)지사’라고 부르며 설전을 벌여왔지만, 카니와 통화를 마친 뒤엔 양국 통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카니와 통화에서는 발언 수위를 낮췄다(tones down)”고 전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와 통화를 마쳤다”면서 “매우 생산적인(extremely productive) 통화였으며 많은 부분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이어 “다가오는 캐나다 선거(총선) 직후 만나 정치, 비즈니스, 그리고 모든 다른 요소들을 논의할 것이며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 총리실도 입장문을 내고 “카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관계에 관해 매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두 정상은 (캐나다) 선거 직후 새로운 경제 및 안보 관계에 대한 포괄적인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양국 관계가 관세 문제를 두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트럼프는 그동안 틈만 나면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어야 한다”면서 캐나다 국민의 마음을 자극했다. 특히 캐나다의 대미 수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내달 2일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있다. 캐나다 등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카니는 27일 “미국과의 기존 관계는 이제 끝났다(over).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며,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는 통화가 끝난 뒤 예전 트뤼도를 대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주지사’라는 표현 대신 카니를 ‘캐나다 총리’라고 불렀다. 또 기자들에게 “많은 나라가 우리를 이용했지만 캐나다는 그렇지 않았다”며 “캐나다와 미국 사이에 일이 아주 잘 풀릴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카니도 몬트리올에서 열린 행사가 끝난 뒤 통화에 대해 “긍정적이고 친절하고 건설적이며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BBC는 “역사적으로 볼 때 캐나다 지도자는 총리가 된 직후 미국 대통령과 조기에 통화하곤 했지만 이번 통화는 14일 취임한 이후 (시간이 흐른 뒤) 처음 한 것”이라고 했다. 카니는 다음 달 28일 조기 총선을 앞에 두고 있다. 카니는 “트럼프에게 다음 달 2일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캐나다도 대응 관세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