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우주항공청(KASA)의 연구·개발 책임자들이 미국 정부에 상세하게 활동 내역을 보고한 근거법은 2차 대전 발발 직전 독일 나치의 미국 내 선전(宣傳)을 막기 위해 1938년 제정된 ‘외국 대리인 등록법’이다. 법의 영문 이름인 ‘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의 앞글자를 따 ‘FARA’라고 보통 불린다. 외국 정부·기관·기업 등의 정책 및 이익을 위해 미 정부 기관이나 공무원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등의 경우 미 법무부에 등록하고 보고하도록 한 연방 법이다. 1942년 7월, 미국에서 활동한 한국 독립운동가 한길수·장기영이 ‘이승만 박사’를 대신해 활동했다고 등록한 기록이 미 법무부 FARA 홈페이지에 남아 있을 정도로 역사가 길다.

FARA의 특징은 최대 사형까지 가능한 미국 ‘간첩법(Espionage Act)’에 비해 형량(최장 5년 징역 혹은 최대 25만달러 벌금)은 작지만, 적용 범위가 두루뭉술하고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적용 사례가 손꼽을 정도(1966~2017년 7건)에 그쳤던 이 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2017~2021년)’ 당시 로버트 뮬러 특검이 트럼프 선거 캠프의 러시아 밀착 의혹에 FARA를 적용하면서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무렵부터 미국 내 주요 정책 연구소가 외국 정부 자금을 받지 않는 등 FARA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FARA에 활동 내역에 관한 보고서를 등록했다고 드러난 KASA의 존 리 우주항공임무본부장과 김현대 항공혁신부문장이 임명된 시점은 각각 지난해 5월과 8월이었다. 이 무렵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위해 일했다며 FARA 위반으로 미 연방법원 재판에 넘겨졌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다. 이 때문에 리 본부장 등이 더 보수적으로 활동 내역을 법무부에 보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미 테리 사건은 아직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수미 테리 측은 FARA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된 후 “한반도 전문가로서 독립적인 의견을 냈을 뿐이고 (한국에 대한) 정책 제안 활동도 미국의 이익에 따라 이뤄졌다”며 미 검찰 기소 내용에 왜곡이 많다고 반박했었다.

그래픽=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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