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2일 "체육관광명소"라며 백두산 지구 스키장을 소개했다. /뉴스1

한 북한 전문 여행사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북한 관련 콘텐츠 제작 시 주의해야 할 점을 담은 가이드북을 공개했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스는 지난 28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북한을 여행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유용한 정보’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따르면, 북한 여행객들은 사진이나 영상 등을 촬영할 수는 있지만, 당국의 엄격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 반드시 가이드와 동행해야 하고, 현지 문화를 존중해야 하며, 군사 시설이나 제한 구역은 촬영해선 안 된다. 고려투어스는 “몰래 촬영하거나 제한 구역을 무단으로 찍으려다 적발될 경우, 본인과 가이드 모두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촬영해도 되는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다면, 무조건 가이드에게 먼저 물어봐라”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지인 촬영 시엔 반드시 사전 동의를 구하라고 여행사는 짚었다. 여행사는 “북한 주민의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땐 예의 바르게 먼저 허락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에서는 거리에서 몰래 촬영하거나, 무단으로 클로즈업하는 행위가 매우 민감하게 여겨진다”고 했다.

또 휴대전화와 고프로 등 작고 간단한 촬영 장비로 사진 찍는 건 가능하지만, 전문 카메라는 반입이 제한된다. 기자라고 당국이 오해할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150㎜ 이상의 줌렌즈는 반입이 금지된다. 특히 드론 카메라는 입국 시부터 공항에서 압수된다. 드론과 관련한 질문조차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여행사는 “북한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매우 호기심이 많지만, 기자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장비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입국 자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자연스럽고 조용하게, 가벼운 소형 장치로 촬영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북한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가지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해서도 안 된다고 한다. 정치적 주제를 피하고 문화나 역사, 일상생활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고 여행사는 권고했다. 여행사는 “북한을 과장되게 표현할 경우 본인은 물론 가이드와 여행사에도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북한 관광 상품. /고려투어스

이외에도 북한 내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행사는 안내했다. 특히 구글이나 유튜브 등 미국 기업이 운영하는 사이트는 아예 접속이 안 된다고 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서방 단체 관광객의 나선 경제특구 관광을 허용했지만, 며칠 만에 이를 돌연 중단했다. 북한이 관광 중단의 배경을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서방 관광객들이 소셜미디어 등에 사진·영상과 함께 자세한 후기를 게시하면서 북한 내부 사정이 외부에 고스란히 알려지는 데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북한은 오는 4월 6일 코로나 확산 이후 5년 만에 다시 열리는 평양마라톤에 해외 45국 동호인의 참가는 받았다. 신청자 국적은 중국, 러시아, 이란 같은 우방국 외에도 영국,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폴란드, 호주,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캐나다, 멕시코, 도미니카, 아랍에미리트 등 다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려투어스가 이번에 촬영과 관련한 주의 사항을 공지한 건 이런 행사를 앞두고 무분별한 평양 촬영으로 북한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