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 NBC 전화 인터뷰에서 “(대통령직) 3선 도전은 농담이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내가 그렇게 하길 원하고, 나는 일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도전 때부터 종종 3선을 언급했으나 자신의 지지세를 과시하려는 농담성 발언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가 “농담이 아니다”라며 진지한 태도를 보이자 그가 자신의 3선을 위해 헌법까지 뜯어고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일고 있다. 미국 수정헌법 22조는 대통령 임기가 두 번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인터뷰를 계기로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케이스를 참고해 3선 고지에 오르려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재조명받고 있다.
이 전략은 푸틴이 사실상의 종신 집권 토대를 마련한 경로다. 푸틴은 2000년과 2004년 대통령에 두 차례 당선됐다. 그런데 당시 러시아 헌법은 3연임을 금지하고 있었고, 푸틴은 3연임 도전을 포기하는 대신 정치적 후계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 부총리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고 총리가 됐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푸틴은 메드베데프를 사실상 막후에서 조종하는 ‘실세 총리‘로 인식됐다.
푸틴은 이후 2012년 대통령으로 복귀하면서 메드베데프와 총리직을 맞바꿨다. 그리고 2020년 개헌으로 임기 제한을 철폐하며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트럼프의 3선 시나리오도 이와 비슷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2028년 대선에서 J D 밴스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트럼프는 부통령 후보로 나서 승리해 밴스가 임기 중 물러나 트럼프가 권력 승계 1순위로 대통령직을 가져온다는 구상이다.
이날 NBC 인터뷰에서 이 시나리오가 언급되자 트럼프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재미있는 생각”이라며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다른 방법들도 있다”며 굳이 부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방법은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은 부통령 자격도 없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12조를 정면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 개헌은 연방 의회의 3분의 2 혹은 주(州) 정부의 3분의 2가 발의하고, 주 정부 4분의 3이 비준해야 하는 등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현재 간신히 의회 과반을 점하고 있는 공화당 의석 구조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법리적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트럼프가 3선에 대한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미국 정치권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초대 조지 워싱턴 이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자신의 임기를 두 번으로 제한하는 것을 묵시적 전통으로 따랐다. 이 전통을 깬 사람은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대공황 극복과 2차 세계대전 대처 등 격랑의 국내외 정세 속에서 임기 연장 여론이 힘을 얻자 루스벨트는 3선(1940년)에 이어 4선(1944년)까지 성공했다. 루스벨트 사후인 1951년 제정된 수정헌법 22조를 통해 3선 금지가 명문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