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가의 반(反)이스라엘 주의와 관련해 전쟁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대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하버드가 몇 년 동안 반이스라엘 움직임을 방치했고, 이에 따라 약 9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계약과 연방 보조금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최근 컬럼비아대에 연방 보조금 4억 달러(약 5800억원)를 취소한 데 이어 대학가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총무처는 31일 성명을 내고 하버드대와 맺은 약 2억5600만 달러(약 3700억원) 규모의 계약과 ‘다년간 보조금 약정’ 87억 달러(약 12조 8000억원)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 총무청 고위 관계자는 “연방 납세자의 소중한 세금을 받을 특권을 유지하려면 대학이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면서 “행정부는 반이스라엘을 방치하는 기관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신속하게 조치하고 있고 하버드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주저 없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린다 맥맨 교육부 장관은 “하버드가 반이스라엘적 차별로부터 캠퍼스 내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한 것은 분열을 조장하며 하버드의 명성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고 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 총장은 아직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7일 미 컬럼비아대에 대한 연방 보조금 4억 달러를 철회한 지 몇 주 후에 이뤄졌다. 당시 행정부는 컬럼비아대가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이는 학생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중동, 아프리카, 남아시아 연구 프로그램을 통제할 것으로 요구했다. 컬럼비아는 이 요구를 받아들여 체포 권한을 가진 특수 경찰 36명을 고용하고 중동 연구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부총장을 임명하기로 하는 등 백악관의 요구를 수용했다. 지난달 28일엔 카트리나 암스트롱 임시 총장이 전격 사임하기도 했다.
컬럼비아대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위협이 있은 뒤 하버드대 교수들은 집단행동에 나선 바 있다. 최근 하버드 9개 학부에서 600명 이상의 교수들이 대학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공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연판장에 서명해 이사회에 보냈다. 교수들은 이사회에 “하버드가 (컬럼비아대 같은) 공격을 받는다면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2월 대학가 반이스라엘 움직임과 관련해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10개 대학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여기에는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가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