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태국 방콕의 한 공사 현장에서 붕괴된 33층 건물에 불량 철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태국 산업부가 붕괴 현장에서 수거한 두 종류의 철근 샘플을 태국 철강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질량, 화학 성분, 응력 테스트에서 모두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문제의 철근은 지난해 12월 폐쇄된 한 공장에서 제조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철근에는 태국 라용주 소재 ‘신커위안철강(Xin Ke Yuan Steel)’의 브랜드명 ‘스카이(Sky)’가 각인돼 있었다. 이 공장은 가스탱크 누출 사고로 인해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됐으며 당시 2400t 이상의 철강이 압수됐다.
신커위안철강은 2011년 설립됐으며 중국인 9명이 8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공장 운영은 중단된 상태로 회사 임원진과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에까낫 프럼판 태국 산업부 장관은 추가 철근 샘플을 수집해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건물 붕괴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정부가 전문가 위원회를 꾸려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공공사업·도시농촌계획국에 이번 참사와 관련한 긴급 조사를 명령하고 빠른 시일 내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패통탄 총리는 이 사고가 해당 건물의 기술적 문제로 인한 것이며 방콕의 다른 건물들은 내진 기준을 준수하고 있어 붕괴 위험이 없다고 밝혔다. 또 건물의 건설 인허가, 설계, 건설 자재 등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건물은 지난달 28일 미얀마에서 발생한 규모 7.7 지진 이후 방콕에서 유일하게 붕괴된 건물이다. 이 사고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80명 가까이 매몰됐다. 붕괴된 건물은 태국 국가감사원 청사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시공사는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철로총공사(CREC) 계열 건설회사인 ‘중철10국’의 태국 현지 합작법인과 ‘이탈리안·태국 개발’이다. 2020년 착공했으며 공사 진행률은 45% 수준이었다.
태국 정부는 산업제품표준법에 따라 철강 공장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저품질 철강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강진 이전부터 산업부는 저질 강철 단속을 벌여 지난 6개월 동안 이를 생산한 공장 7곳을 폐쇄하고 3억6000만밧(약 155억원) 상당의 자산을 압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