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가에 번진 반(反)이스라엘주의 등 좌파 색채 지우기에 나선 트럼프 정부가 미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인 프린스턴대에 대한 수십 건에 달하는 연방 연구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프린스턴대가 캠퍼스 내 반이스라엘 시위 등과 관련해 적절하게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원인이라고 한다. 지난달 컬럼비아대를 시작으로 펜실베이니아대, 하버드대에 이어 프린스턴대까지 보조금 취소 압박을 받는 상황이 됐다.
1일 크리스토퍼 아이스그루버 프린스턴대 총장은 교수 등 캠퍼스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에너지부, 항공우주국(NASA), 국방부 등 여러 연방 기관에서 받을 예정이었던 보조금 지급 중단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프린스턴대는 법을 준수하고 반이스라엘주의와 모든 형태의 차별에 맞서 싸우고 있으며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면서 “또한 학문적 자유와 대학의 절차적 권리를 강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스그루버는 취소된 보조금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다. 프린스턴대 학생 신문 ‘더 데일리 프린스토니언’은 보수 언론사 ‘데일리 콜러’를 인용해 “트럼프 정부는 캠퍼스 내 반이스라엘주의와 관련해 2억1000만 달러(약 3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프린스턴대는 작년 봄 대학가를 중심으로 불었던 반이스라엘 시위가 있었던 대학 중 하나다. 다만 컬럼비아대, 하버드대, 예일대 등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아 주목을 덜 받았다. 작년 4월 보수 매체인 ‘캠퍼스 리폼’의 편집장이 10여개 대학을 반이스라엘 시위와 관련해 고발했는데 프린스턴대도 여기에 포함됐다고 한다. 2013년부터 대학 총장을 맡은 아이스그루버는 대학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보조금 지급 중단 위협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는 최근 미국 시사지 ‘디 아틀랜틱(the Atlantic)’에 컬럼비아대에 대한 4억 달러에 이르는 보조금 지급 취소 조치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 그가 의장을 맡은 ‘미국 대학교협회’도 “연구와 무관한 이유로 연구 자금을 철회하는 행위를 규탄한다”는 공식 성명을 내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지원 중단을 결정한 금액은 프린스턴대가 연방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4억5500만 달러)의 절반에 가깝다는 점에서 대학에 미치는 영향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블룸버그는 “교수진과 학생들 사이에서 언론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