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때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기본 10%의 관세를 매긴 가운데, 러시아는 상호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백악관은 러시아가 이미 미국의 제재 대상이어서 관세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구 1500명의 조그만 섬도 상호 관세 목록에 포함돼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러시아가 미국 제재로 이미 ‘의미 있는 무역을 배제’했기 때문에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 규모를 보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러 교역은 연간 350억 달러(약 51조3975억원)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악시오스는 그러나 “러시아와의 교역 규모가 트럼프의 관세 목록에 올라간 모리셔스나 브루나이 같은 나라와의 교역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상호 관세 목록에는 남태평양에 있는 인구 1500명의 뉴질랜드령 토켈라우와 북극권에 있는 인구 2500명의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등 조그만 섬 지역까지도 포함됐다.

레빗 대변인은 다만 러시아가 향후 “추가적인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협상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러시아산 석유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2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며 국가별 관세를 담은 차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 로이터

레빗 대변인 또한 쿠바, 벨라루스, 북한 역시 상호관세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는 기존 관세와 제재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쿠바는 미국 국무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으로 미국의 수출 통제 및 경제 제재를 받는다. 벨라루스도 인권 문제 등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는 나라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경쟁국인 중국 등 대부분 국가에 상호 관세를 매겼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대만 등 주요 교역국엔 이보다 높은 ‘상호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 대해선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이날 발표한 상호관세 목록에 캐나다와 멕시코도 빠져 있다. 이는 양국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를 지난달 4일에 이미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