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상호 관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서명한 행정명령 초입에는 교역국에 추가 관세를 전격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적시돼 있다. 향후 제기될 수 있는 무역 분쟁과 월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첫머리에 나오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1977년 제정)은 국가 안보나 외교, 경제와 관련한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의회 승인 없이도 다양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이 조항은 전시뿐 아니라 평시에도 대통령이 수출입 통제,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트럼프가 행정명령에서 호혜주의의 부족, 서로 다른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 미국의 대규모 무역 적자 등을 “안보와 경제에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 의회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들은 미국 내 이란 자산 동결 등의 사안과 관련해 총 69차례(지난해 1월 기준) 이 법률을 발동했다.

행정명령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무역확장법 232조도 ‘트럼프 관세’의 근거법이 됐다. 트럼프의 첫 임기 이전까지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법은 외국산 수입품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을 끼칠 경우 수입 제한이나 관세 부과 등 조치를 할 수 있게 했다. 지난달 12일부터 관세가 부과된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과 3일 정식 발효된 자동차 관세가 이 조항을 적용한 것이다. 구리, 의약품, 반도체, 목재 제품에도 이 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근거로 제시된 법안이 제정 취지와 다르게 사용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대통령이 관세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갖게 된 배경엔 1930년 제정된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있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평균 6%포인트가량 올리는 내용이 핵심인 이 법은 주요 교역 상대국의 반발과 보복 관세를 불렀다. 여기에 지역구의 기반 산업을 보호하려는 의원들이 관세 적용 대상에 저마다 품목을 추가해 문제가 됐다.

결국 의회는 관세 부과 권한을 수십 년에 걸쳐 행정부에 넘겨야 했다. IEEPA나 무역확장법도 이런 배경에서 제정된 만큼, 과도한 관세 억제가 본래 취지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어떤 대통령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IEEPA를 사용한 적이 없다”면서 “무역 전문가들은 (무역 불균형이 국가비상사태라는) 트럼프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지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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