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이용해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 스튜디오 화풍으로 생성한 이미지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원피스’ 감독은 “지브리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비난했다.
원피스 애니메이션 감독 이시타니 메구미(34)는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지브리의 이름을 더럽히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법적 조치를 취하고 싶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싸구려 취급받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시타니는 ‘원피스’ 애니메이션 팬들이 최고로 꼽는 에피소드를 연출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원피스’의 만화 원작자 오다 에이치로는 이시타니가 연출한 애니메이션 982화를 두고 “영화인가? 정말 신의 회차였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시타니는 2일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지브리 AI를 사용하는 일본인이 있느냐”며 “절망스럽다. 이건 지브리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 “지브리 측이 공식적으로 허락했을 리가 없잖아? 이런 허가 없는 이미지 사용이 왜 허용되는 거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원피스, 나루토, 포켓몬 등을 작업한 애니메이션 감독 헨리 서로우도 지난달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AI로 지브리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무엇을 얻는지 모르겠다”며 “원작 아티스트를 불쾌하게 하고, 화나게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것이 예술을 ‘민주화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라며 “누구나 올림픽 선수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좋은 예술가나 감독이 되는 것 역시 평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픈AI는 지난달 25일 신규 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출시했다. 이 모델은 명령어를 하나하나 입력할 필요 없이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이미지를 생성한다. 이후 전 세계 챗GPT 이용자들은 디즈니, 심슨 가족, 지브리 등 인기 애니메이션 화풍의 이미지를 생성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X(옛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화풍으로 올려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저작권 침해 문제도 대두됐다. 특정 화풍이 저작권 보호를 받지는 않지만, AI 학습 과정에 특정 콘텐츠가 활용될 경우 저작물에 대한 복제 행위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브리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창립자이자 간판 애니메이터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2016년 AI로 만든 애니메이션에 대해 “역겹고 소름이 끼친다”며 “작품 자체가 삶에 대한 모독이란 생각이 든다. 이 기술을 내 작품에 접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