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전 세계 교역국들을 상대로 상호 관세를 발표한 가운데, 대상국 목록에 호주령 무인도가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백악관이 이날 기본 관세율 10%를 매기겠다고 밝힌 목록에는 인도양 남부의 ‘허드 맥도널드 제도(諸島)’가 포함됐다. 호주령인 이곳은 남극에서 약 1600㎞, 호주 서부 해안 도시 퍼스에서 남서쪽으로 3200㎞ 떨어진 화산섬이다. 펭귄과 바다표범, 바다새 등이 서식하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며 사람은 살지 않는다. 호주 정부는 이 섬을 “지구상에서 가장 거칠고 외딴 곳 중 하나”라고 소개하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이 섬에서 2022년 140만달러(약 20억원)어치의 기계 및 전자제품을 수입한 것으로 돼 있는데, 정확히 어떤 품목을 수입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 엑스(X)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펭귄들에게 손익계산서를 보여주는 합성 사진이나, 허드 맥도널드 제도의 펭귄 대표단이 정어리를 들고와 트럼프 모습을 한 펭귄과 협상하는 일러스트 등이 올라오기도 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허드 맥도널드 제도가 호주 영토이기 때문에 포함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황당한 상호 관세 대상국은 이 섬뿐만이 아니다. 인구 2000여 명에 불과한 호주의 노퍽섬은 호주에 매겨진 기본 관세율(10%)보다 3배가량 높은 29%의 관세 폭탄을 맞기도 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노퍽섬이 미국과 같은 거대 경제권의 무역 경쟁자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면서도 “지구상 어느 곳도 (상호 관세의)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라고 했다.
북극해의 노르웨이 무인도 얀마옌섬도 트럼프 대통령의 10% 상호 관세를 맞았다. 노르웨이 트롬쇠에서 930㎞ 거리에 약간의 인구와 북극곰이 사는 스발바르 제도도 함께 10% 관세 대상이 됐다. 노르웨이에 대한 상호 관세는 1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