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국 뉴욕증시는 상호 관세로 인한 글로벌 무역 전쟁 여파로 폭락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 관세에 중국이 ‘맞불 관세’를 놓으며 글로벌 관세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4일 글로벌 금융 시장이 공포감에 주저앉았다. 미중(美中) 무역 갈등이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확대되면서 미국과 세계 경제에 불황이 몰아닥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4일 미국 뉴욕증시는 2020년 3월 ‘팬데믹 쇼크’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 후 이틀(4월 3~4일) 동안 시가총액 6조6000억 달러(약 9600조원)가 증발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정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

채권 금리는 이틀째 급락세를 이어갔고, 국제 유가도 연이틀 폭락하며 4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몰린 투자자들이 어쩔 수 없이 금을 내다 팔면서 ‘안전 자산’인 금값마저 3% 가까이 하락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글로벌 무역 전쟁을 촉발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치솟은 공포 지수, 시장 전문가 “강세장 끝났다”

4일 뉴욕증시는 전날에 이어 3대 지수가 모두 폭락해 마감했다. 우량주 위주의 다우평균은 5.5%, S&P500 지수는 6.0% 내려가 이날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5.8% 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S&P500은 약세장에 가까워졌고, 나스닥은 이미 진입했다”고 했다. 약세장은 지수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것을 말하며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나타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증시는 이틀간(3~4일) 시가총액 6조6000억 달러(약 9600조원)가 사라지며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3월 기록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금리를 인하할 것을 압박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주식 시장 폭락은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에 대한 중국의 맞불 관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미국이 기존 관세에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4일 “10일 낮 12시 1분을 기점으로 미국산 모든 수입품에 대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중국의 맞불 관세에 대해 트루스소셜에 “중국은 잘못을 저질렀고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면서 “경제 정책(관세)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 때문에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1년)에 이어 두 번째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 이날 내림세를 주도한 종목도 중국 시장과 밀접한 애플(-7.3%), 엔비디아(-7.4%), 테슬라(-10.4%) 등이었다. WSJ은 “중국의 맞불 관세 부과는 (관세를 두고) 조만간 글로벌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월가의 희망을 약화시켰다”면서 “투자자들은 더 큰 갈등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월가의 공포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44를 웃돌아 극단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20미만이면 안정적, 30이상이면 변동성이 높아진 상태라고 부른다. 프리덤 캐피털 마켓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 제이 우즈는 “주말이 다가오면서 무역전쟁이 확대되고 미국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며 “우리는 불황에 빠질 수 있고 우리가 아는 강세장이 끝났다”고 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4일 버지니아주에서 한 연설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EPA 연합뉴스

◇연준 의장 “고물가 저성장 우려”

연이틀 증시가 폭락한 이날 오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예상보다 큰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냈다.

그는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공개 연설에서 “아직 불확실성이 높지만 관세 인상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고 (영향에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더 느린 성장이 포함된다”고 했다. 파월은 또 “관세가 적어도 일시적인(temporary)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 영향이 더 지속적일 수도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몇 분기 안에 나타날 수 있다”고도 했다. 다만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수정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지금이 연준 의장 파월이 금리를 인하하기에 완벽한 시기”라면서 “그는 항상 ‘늦는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 그 이미지를 빠르게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또 “제롬, 금리를 인하하고 정치놀이는 그만둬라!”고 압박했다. 파월은 “우리(연준)는 정치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있도록 노력하며 정치적 사이클과 같은 것은 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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