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당국자의 발언이 와전된 ‘관세 유예’ 오보(誤報)에 7일 미국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뉴욕 주식시장은 기록적인 급등락 장세를 보였다.
발단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의 오전 8시 30분 폭스뉴스 인터뷰 발언이었다. ‘90일간 관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해싯 위원장은 “네, 알다시피(Yes, you know)”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통령은 대통령이 결정할 일을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말한 ‘Yes, you know(예스, 유 노)’는 질문에 대한 긍정이 아니라 발언을 시작할 때 많은 미국인이 흔히 말하는 입버릇에 가까웠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선 트럼프가 관세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는 속보로 둔갑했다. 트럼프의 반복되는 전방위적 관세 인상 방침에 폭락 중이던 시장은 이 소식에 반색하며 갑자기 큰 폭으로 상승했다.
CNN 등에 따르면, 10시 11분 ‘해머 캐피털’이라는 X 이용자가 ‘트럼프의 관세 유예 검토’를 처음 올렸고, 구독자 85만명의 ‘월터 블룸버그’가 10시 13분 이를 다시 공유했다. 10시 14분 CNBC가 긴급 속보로 ‘트럼프가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90일간 상호 관세 유예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자막을 방송했다. 10시 19분엔 로이터가 CNBC를 인용해 같은 속보를 내보내는 등 여러 매체가 비슷한 뉴스를 쏟아냈다.
오전 9시 30분 개장 직후 글로벌 관세 전쟁 우려에 하락세를 보이던 뉴욕 주요 주가지수는 10시 10분 전후로 급격히 상승했다. 그러나 20여 분 뒤 백악관에서 관세 유예가 ‘가짜 뉴스’라고 부인하자 다시 급락했다.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나스닥 지수는 이날 저점 대비 10% 넘게 상승했다. 다우평균은 저점 대비 2595포인트 상승하며 사상 최대 일간 변동 폭을 기록했다.
트럼프가 발표한 글로벌 상호 관세 여파로 3거래일 연속 하락한 시장에서 호재를 갈망하던 투자자들이 확인되지 않은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소동으로 “장중 2조4000억달러(약 353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가했다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생방송 중 첫 오보를 낸 CNBC는 대변인을 통해 “시장 움직임에 대한 뉴스를 실시간 추적하던 중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방송했다. 기자들이 빠르게 방송에서 이를 정정했다”고 밝혔다. CNBC는 또 “소셜미디어에서 주가 반등을 원하는 이용자들이 오보를 더 확산시켰다”고 전했다. 로이터 역시 “잘못된 보도를 철회하고 사과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관세 유예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우리는 그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트럼프는 “많은 나라가 협상을 원한다. 공정한 계약이 될 것이며 많은 경우에 그들은 상당한 관세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