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 중심지인 월스트리트는 주말을 반납하고 관세전쟁 피해와 향후 대응 등을 논의했다. /UPI 연합뉴스

관세전쟁이 시작된 뒤 이틀 동안(3~4일) 심각한 폭락장을 겪은 미국 대형 금융사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피해액 산정과 향후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6일 전해졌다. 오는 9일 상호 관세 발효 전후로 시장이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금융가를 상징하는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지난주 발생한 시장 폭락 상황의 피해를 면밀히 파악하는 데 주말을 보냈다. 대형 금융사 경영진 등은 이틀간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10%가량 내린 상황이 2007~2008년 있었던 글로벌 금융 위기 때에 못지않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은행이나 헤지펀드 고위 관계자들에게는 ‘큰 손’ 투자자들로부터 주말 내내 전화가 쏟아졌다. NYT는 “투자 은행에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조언을 받기 위해 막대한 수수료를 내겠다는 대기업의 전화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은행 직원들과 회의를 한 뒤 7일 발표될 연례 주주 서한을 마무리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대형 은행뿐 아니라 사모펀드 회사에서도 예상보다 큰 시장 변동성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NYT는 “사모펀드는 시장 혼란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거래 시장이 이미 위축되고 투자자에게 현금을 반환하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에 직면했다”고 했다.

미국 월가 출신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장의 불안감을 전달할 통로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애초 시장에서는 스콧 배선트 재무장관이 올 초 입각했을 때 월가 출신인 그가 트럼프를 보좌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베선트는 유명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운용하는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거쳐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을 창업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베선트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선트는 관세가 시장 및 경제에 미치는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역할에 그치고 핵심적인 역할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맡았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시장이 폭락하며 다급해진 금융회사 경영진 등이 베선트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대거 남겼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한 고위 임원은 현재 상황에 대해 NYT에 “누군가는 그(트럼프)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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