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훌륭한 전화 통화를 했다”며 “그들(한국)의 최고 팀은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고 상황은 좋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2일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오는 9일부터 한국에 대해 25% 추가 관세를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협상을 한 대행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가 불어날 경우 수출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그들(한국)의 막대하고 지속 불가능한 흑자, 관세, 조선업, 대규모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구매에 대한 알래스카 합작 투자, 그리고 우리가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 보호에 대한 지불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그들은 내 첫 번째 임기 동안 이 군사 지불을 시작했으며, 수십억 달러가 투입되었다”고 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군사 보호’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2일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한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오는 9일부터 한국에 추가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사실상 ‘제로(0%)’인데, 이를 크게 높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이를 일단 기준으로 삼아 (관세 인하) 협상을 곧 시작하겠다”고 밝혔는데, 한 대행과 통화를 통해 상호 관세 발표 약 닷새 만에 한국과 관세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힌 셈이다.
트럼프는 한 대행과 통화 후 올린 글을 통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관세와 연동할 방침을 확실시했다. 트럼프는 이미 지난해 대선 유세 때 한국을 ‘현금 인출기(머니 머신)’라 부르며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약 14조 7000억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취임 직전인 지난해에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행정부와 타결한 2026년도 방위비 분담금 약 1조 6000억원의 9배가 넘는 금액이다.
트럼프는 “‘졸린 바이든(트럼프가 바이든을 깎아내리는 별명)’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계약을 종료했다”며 “그건 모두에게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두 나라 모두에게 좋은 거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직 살아 있다. 우리는 또한 많은 다른 나라들과 거래를 진행 중이며 그들 모두는 미국과 거래하고 싶어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역과 관세 외의 다른 주제들을 제기하고 이를 협상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어 “중국도 거래를 원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어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역이나 관세와 관련 없는 사안도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 그들이 거론하도록 하고 있다. ‘원스톱쇼핑(one stop shopping)’은 아름답고 효율적”이라고 썼다. ‘원스톱쇼핑’이란 여러 사안을 관세 협상에 한꺼번에 묶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무역 협상에서 한국·일본 같은 동맹을 우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