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유럽연합(EU)이 7월에 최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고 트럼프발(發) 관세 영향을 논의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8일 리창 중국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오는 7월 열리는 EU·중국 정상회담은 양측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적절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EU·중국 정상회담이 올해 하반기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는 예측은 나왔지만, 개최 시기를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같은 날 중국 외교부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리창의 초청으로 10~11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산체스는 방중 기간에 시진핑 국가주석, 리창과 각각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벌이자 중국이 EU와 밀착하며 미국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는 “EU는 미국을 이용하려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비난하며 2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중국에는 지난 2월부터 누적 54%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EU와 중국은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를 놓고 충돌했지만, 트럼프 재집권 이후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장관)은 지난 2월 유럽을 찾아 영국, 아일랜드, 독일을 순방했다. 중국의 ‘경제 실세‘인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은 지난달 2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과 만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함께 막아내고 다자 무역 체제를 지켜내자”며 “중국과 EU가 대화와 교류를 강화하고 상호 개방을 확대해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촉진하자”고 강조했다. 같은 날 왕이는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 장관과 회담했다. 왕이는 앞서 중국을 방문한 파울루 랑젤 포르투갈 외교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은 유럽을 다극 세계의 중요한 축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8일 “EU가 중국과 캐나다의 대열에 합류해 미국이 촉발한 관세전(戰)에 반격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이 지난달 12일 시행한 철강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보복 조치도 예고했다. 별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13일부터 260억유로(약 42조원)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EU가 구글·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보복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