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사형 집행실. /AP

작년 중국과 북한, 베트남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사형이 1500건 정도 집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한 국가는 이란인 것으로 조사됐다.

엠네스티가 8일 발표한 ‘사형 선고 및 집행’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세계 국가 가운데 15국에서 총 1518명이 사형을 당했다. 이는 2015년 최다 사형 집행 기록인 1634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이며, 2023년에 비해서는 32% 증가했다.

이번 통계 조사 국가에 중국과 북한, 베트남은 포함되지 않았다. 공식적인 사형 선고 및 집행 수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엠네스티는 “이들 국가는 대규모 사형을 은밀히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들 국가 사형 건수를 포함하면 그 수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형은 대부분 중동 지역에서 집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형이 가장 많이 이뤄진 국가는 이란으로, 총 972건(64%)이 집행됐다. 전년도에 비해 100건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사우디는 172건에서 345건, 이라크는 15건에서 63건으로 늘었다. 작년 이란과 이라크, 사우디의 사형 집행 건수를 합치면 전체의 91%(1380건)를 차지했다.

엠네스티는 이란의 경우 여성 인권 신장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형 판결이 동원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사우디는 정부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잠재우고 소수파인 시아파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사형을 악용하고 있다고 봤다.

사형 집행 수는 증가했지만, 집행 국가는 작년에 이어 연속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가당 사형 집행 수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미국이 2023년 1건에서 작년 25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엠네스티는 사형 집행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여서 앞으로 미국에서 사형이 더 많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12월 조 바이든 미국 전 대통령이 사형수 37명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한 것을 두고 “강간범, 살인자 등 ‘괴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사형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예멘이 15건에서 38건, 싱가포르가 5건에서 9건, 이집트가 8건에서 13건으로 각각 사형 집행 건수가 증가했다.

엠네스티에 따르면, 현재 113국이 완전한 사형제 폐지를 선언했으며, 145국이 법적으로만 사형제를 유지하고 실제로 집행은 하지 않는 상태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이후로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