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됐던 초기만 해도 뒤떨어진 전술을 선보이던 북한군이 현대전에 빠르게 적응해 우크라이나군에게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과 싸웠던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 등 장병들과의 인터뷰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작년 12월 파병 이후 달라진 북한군의 모습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파병 초기만 해도 북한군은 전장에 무인기나 장갑차 등의 지원도 없이 대규모로 투입돼 우크라이나군의 쉬운 표적이 됐다. 전술 이해도도 낮은 상태에서 열정만 앞선 모습이었다고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은 회상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확보한 북한군 문서들에는 당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작전을 치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난다. 이 문서들에는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발사장이나 포병 진지에 관한 러시아군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작년 12월 5일 자 메모에는 “어제 3중대 3소대 소속 병사 한 명이 동물을 사람으로 오인해 사격했다”며 “오인사격을 막으려면 병사들을 교육하고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며 적절한 임무 수행을 보장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올해 2월이 되자 북한군이 빠른 속도로 전장의 환경에 적응했다는 것이 우크라이나군의 대체적인 평가다. 당초 대규모 병력을 들판에 밀어넣는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된 전투 양상이 소규모 분산 전술, 러시아군 무기 통합 운용, 드론·활공 폭탄·포병 지원과 결합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군의 신체 지구력과 전진하려는 강한 의지가 시너지를 일으켰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군 제225연대 올레흐 시리아이에우 대위는 WSJ에 “북한군이 한국어로 고함치며 계속해서 전진하고, 전진하고 전진했다”면서 “그들이 피로 대가를 치른 경험은 헛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은 처음 전선에 배치됐을 땐 상공의 드론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을 뿐 위험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현재는 정교한 전술을 사용한다고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은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분석한 문건에 따르면, 북한군은 드론 회피 요령, 미끼 작전, 분산 이동, 우회 타격 등을 빠르게 습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한 병사를 미끼로 삼은 채 다른 병사들이 드론을 향해 사격하는 식으로 드론을 피하거나 파괴하는 식이다.
전투 초기 막대한 피해로 1월 초 쿠르스크에서 철수한 북한군은 약 한 달이 지나 복귀한 뒤로 통합 작전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우크라이나군과 전문가들은 말했다. 기본적인 러시아어도 일부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특수 요원은 북한군에 대해 “그들은 현대전을 겪었고 그로부터 배우고 있다”고 했다.
시리아이에우 대위는 “포화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진격하는 북한군을 보며 이들에게는 전장에서 매우 중요한 강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것은 이들이 러시아군보다도 더, 인간 생명의 가치를 명백히 무시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은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더 잘 준비돼 있다”며 “그들은 쿠르스크에서의 임무를 완수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