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김 엄마와 우리 엄마가 친구 사이가 되는 순간이 악몽의 시작.”
네이비실, 하버드 의대, 우주비행사. 일반적으로 하나만 갖기도 어려운 이 직업을 모두 가져본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계 미국인 조니 김이다.
이런 화려한 스펙이 널리 알려지면서, 아시아계 미국인 사이에선 김이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밈의 대표격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대만계 미국인 소설가인 웨슬리 추가 X를 통해 ‘김 엄마와 우리 엄마가 서로 모르는 사이였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올린 농담조의 글은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인용해 보도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WSJ는 김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 비행사 자격으로 우주선을 타고 지구 궤도에 진입한 이날 ‘네이비실, 하버드 의사, 우주 비행사... 엄마에겐 비밀로 하고 싶은 최강 스펙남’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이 아시아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일종의 엄친아 밈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김이 워낙 ‘잘난’ 탓에, 부모로부터 김과 비교당할까 두려워하는 반응이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엄친아는 엄마가 항상 비교 대상으로 삼는, 완벽한 친구의 아들을 의미하는 밈이다. 통상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괜찮고, 인성도 바른 이른바 ‘만렙 캐릭터’에게 수식어처럼 붙여진다.
WSJ는 이런 현상을 조명하면서 “조니 김의 화려한 커리어가 알려지자, 그는 전 세계에 영감을 주는 상징적인 인물로 떠오른 동시에, 좌절감을 주는 인물로도 부상했다”고 했다. 이어 “이런 반응은 특히 한인 이민자 가정 출신이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졌다”며 “그는 ‘아시아계 자녀들의 악몽’이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공포의 대상이 됐다”고 했다.
김이 ‘아시아계 자녀들의 악몽’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그가 미 해군 특수 부대인 네이비실 대원부터 하버드 의대 출신 의사, NASA 우주비행사라는 타이틀을 전부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니 김 엄마와 우리 엄마가 친구 사이가 되는 순간이 악몽의 시작’이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된 대만계 미국인 소설가 웨슬리 추는 “네이비실도 멋진데 의사이기까지 하다. 의사는 모든 아시아계 엄마들의 꿈”이라며 “이제는 우주 비행사까지 됐으니, 모든 아이들의 꿈까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김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동시에 좀 두렵기도 하다. 그는 100점 만점인 인생 시험에서 거의 140점을 받은 사람 같기 때문”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조니 김의 우주 비행 임무 소식을 전하는 NASA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도 추와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가장 최근 댓글은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우리 부모님이 이 글을 읽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그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은 1984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네이비실에 입대, 군 생활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알코올중독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되고자 네이비실 입대를 꿈꾸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들어간 네이비실에서 그는 훈련을 마친 뒤 이라크전에 파병돼 100여 회의 특수작전을 수행하고 공을 세워 다수의 군 훈장과 표창을 받았다.
의사가 된 건 네이비실 임무를 마치고 미국에 돌아와서다. 김은 이라크 파병 당시 전우들이 부상을 입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절망해 군의관이 되기로 결심, 20대 후반에 공부를 시작해 하버드대 의대를 졸업하고 레지던트 과정을 밟아 전문의가 됐다.
이후 하버드대 재학 중 만난 의사이자 우주비행사 스콧 패러진스키에게서 영감을 받아 우주비행사에까지 도전했다. 결국 김은 2017년 NASA 우주 비행사 모집에 지원, 지원자 1만8300명 중 12명만 선발되는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했다. 김을 우주비행사의 길로 인도한 패러진스키는 김을 “그는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자 초인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김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해 임무를 수행 중이다. 조니 김과 러시아 우주비행사 세르게이 리지코프, 알렉세이 주브리츠키를 태운 우주선 소유스 MS-27은 8일 오후 2시 47분(한국 시각) 카자흐스탄 우주기지에서 발사돼 오후 6시 3분 ISS 도킹에 성공했다. 우주비행사들은 앞으로 8개월간 과학 조사와 기술 시연 임무를 수행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