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트럼프 측근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리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내 금융계와 학계, 시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의 ‘1호 친구(퍼스트 버디)’로 불렸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연일 트럼프의 ‘관세 책사’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과 노골적인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전 세계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테슬라는 관세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로 분류된다.

8일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X에 “나바로는 진짜 멍청이다. 그는 벽돌보다 멍청하다”며 “테슬라는 미국산 (부품) 비율이 가장 높다”고 썼다. 전날 나바로는 CNBC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자동차 제조업자가 아니라, 해외 부품에 의존하는 자동차 조립자일 뿐”이라며 “테슬라 부품은 일본, 중국, 대만에서 온다. 그는 값싼 외국 부품을 원한다”며 머스크를 폄하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 5일에는 나바로의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겨냥해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다. 자아(ego)가 두뇌보다 크다는 문제가 생긴다”며 “그는 뭐 하나 이룬 게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나바로는 이에 대해 “머스크는 자신의 사업적 이익을 위해 발언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미 정치권에선 관세 전쟁이 심화될수록 트럼프 주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그룹과 ‘테크(기술) 억만장자’ 그룹 간 갈등도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국내 여론도 대체로 좋지 않다. 로이터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응답자 57%가 트럼프 관세 정책에 반대했다. 찬성은 39%였다. 트럼프 지지자이자 후원자였던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이날 X에 “세계 경제의 큰 혼란을 막기 위해 30일, 60일, 또는 90일간의 관세 일시 중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6일에도 “관세 정책으로 미국은 스스로 ‘경제적 핵겨울’을 자초할 것”이라며 “이러려고 트럼프에게 투표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미 재무장관 출신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시행한 가장 파괴적인 경제 정책”이라며 “총 경제적 손실이 30조달러(약 4경45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반(反)트럼프 시위도 확산세다. 지난 5일 미 전역에서 약 60만명이 “트럼프, 손 떼라(Hands off)” 시위를 벌인 데 이어, 19일에는 ‘50주(州)에서 50개 시위를 하루 동안 벌인다’는 의미의 시민단체 ‘50501’이 트럼프 반대 전국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5월 1일 노동절에도 대규모 ‘반트럼프’ 시위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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