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보안국(SSU)이 러시아군을 위해 싸우던 중국인 2명을 생포했다며 공개한 사진. /EPA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군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 중인 중국인 규모가 최소 155명이라고 주장했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우리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중국 국적자가 155명에 달한다”며 “우리는 현재 정보를 수집 중이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중국 내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 용병들을 모집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인들은 중국 소셜미디어에 (용병) 모집 광고를 퍼뜨리고 있다”며 “이는 비밀스러운 모집이 아니다. 중국 정부도 이에 대해 알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중국인 용병들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작성한 관련 보고서 내용을 직접 확인했다면서 여기에는 중국이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깊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러시아군 부대원으로 모집된 중국인 13명의 사진과 여권 정보가 포함됐으며 별도의 목록에는 중국인 168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이들이 계약을 맺은 날짜와 배치된 군 부대의 이름이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소총수로 분류됐으나, 공격용 드론 조작수로 분류된 이들도 일부 있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군과 함께 싸우다 포로로 붙잡았다고 밝힌 중국 국적자 2명 중 한 명이 키이우에서 심문을 받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측이 생포한 중국인들의 여권이라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EPA 연합뉴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 X를 통해 처음 중국인 러시아 파병설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 군이 러시아군 일원으로 싸우던 중국 국적자 2명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생포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몸짓과 의성어를 활용해 전투 당시 상황을 묘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생포된 중국인들이 우크라이나 보안국에 구금된 상태이며,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 같은 젤렌스키 대통령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는 현재 위기 해결을 위한 중국의 노력과 역할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며 “중국은 자국민에게 무력 충돌 지역을 피하고, 특히 어떤 세력의 군사 작전에든 참여하지 말 것을 항상 요구해왔다”고 했다.

다만 사무엘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이날 의회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가 중국 국적자 2명을 포로로 붙잡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유럽 내에서 러시아의 군사 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이는 중국의 침략 의지도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아직 젤렌스키 대통령의 중국인 병력 관련 발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가 중국인 파병설과 관련해 직접 언급을 하고 나설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한 사실도 인정한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