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수정 과정./ABC 캡처

호주의 유명 난임 클리닉에서 직원의 실수로 배아가 바뀌어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낳은 여성의 사례가 전해졌다.

11일 호주 방송 ABC에 따르면 호주 전역에서 난임 클리닉을 운영 중인 모나시 IVF는 한 여성에게 다른 사람의 배아를 이식한 사실을 지난 2월 발견했다. 이 여성은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의 병원에서 체외수정(시험관·IVF) 시술을 통해 작년 이미 아이를 출산했다.

모나시 측이 뒤늦게 실수를 발견한 건 이 여성이 자신의 냉동 배아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겨달라는 요청을 하면서다. 클리닉 측은 “직원 실수로 다른 환자의 배아가 이식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시술 과정에서 배아가 바뀌는 일은 거의 드물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모나시 IVF 병원 전임 이사인 가브 코바치 교수는 “끔찍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모나시 IVF의 시술 과정이 견고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모든 과정을 이중으로 확인했다. 배아를 다룰 때마다 다른 사람의 결재를 거쳐야 한다”면서도 “호주에서 1년에 10만 건이 넘는 수많은 시술이 이루어지고, 각 체외수정 시술소마다 정자와 난자를 다루는 단계가 많기 때문에 인적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멜버른대학의 난임 치료 전문가인 알렉스 폴리아코프 준교수도 이번 사례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난임 치료 센터에 있어 악몽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자·난자·배아를 다룰 때는 매우 엄격한 프로토콜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도 “비행기가 안전하지만 인간의 실수 등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매우 불행한 사건으로, 다른 환자들은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호주 난임 클리닉 모나시 IVF./ABC 캡처

현지에서는 이 문제가 법적으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리모 관련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사라 제포드 변호사는 “호주 법에서는 생물학적 친부모를 법적 부모로 추정한다”며 “다만 생물학적 부모가 이 문제에 나서고 싶어 하는지는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마이클 크나프 모나쉬 IVF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일에 연루된 가족들이 회사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히며 “모나쉬 IVF의 모든 구성원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이 다른 환자들과는 관련 없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확신한다”며 “이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모나시 IVF는 체외수정 분야의 선구적인 난임 클리닉으로, 호주와 아시아 여러 국가에 지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부정확한 유전자 검사로 정상 배아를 폐기했다는 의혹을 받아 호주 전역의 700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집단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회사 측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환자들과의 합의를 통해 합의금 총 5600만 호주달러(약 502억9400만원)를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