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과 함께 기독교를 대표하는 축일인 부활절을 앞두고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한 프란치스코(89) 교황이 직접 가톨릭 신자들 앞에서 부활절 미사를 집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교황은 지난 2월 14일 심각한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 역대 최장 기간인 38일간 입원하면서 극적으로 고비를 넘겼다. 퇴원 후 최소 두 달간의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권유를 받았으나, 최근 활동의 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부활절(20일)이 다가오면서 교황이 부활절 미사에 직접 참여할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10일 교황청 관영 바티칸 뉴스와 이탈리아 매체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후 1시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을 아무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해 여러 성직자와 직원, 순례객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이날 교황의 흰색 예복과 모자가 아닌 짙은 회색 바지와 밝은 색 티셔츠 위에 아르헨티나 목동(가우초)의 전통 복식인 줄무늬 폰초를 걸친 모습이었다.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코에는 산소 공급을 위한 튜브를 연결하고, 휠체어를 탄 채 성당으로 들어섰다.
교황은 성당 안에 있는 방문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한 어린아이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며 “이름이 뭐니”라고 물었다. 이 아이는 영어로 “교황님 안녕(hi Papa)”이라고 답했다. 또 성당 내에서 교황 바오로 3세와 우르바노 8세의 기념물을 복원 작업 중이던 한 여성에게 다가가 악수도 청했다. 이 여성 작업자가 “손이 차갑다”며 망설였지만, 교황은 개의치 않고 손을 꼭 잡았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교황의 모습을 발견한 순례객들이 그의 주변으로 몰려왔다”며 “교황이 직접 아기에게 축복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복원 작업을 둘러보고는 비오 10세 교황의 무덤으로 이동해 기도했다. 비오 10세는 1903~1914년 재위한 제257대 교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비오 10세에 대해 “1차 세계대전 당시 강대국들에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간청했던 교황”이라며 “(전쟁이 계속되는) 이 비극적 세상에서 그와 참으로 가까이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교황은 전날에는 이탈리아를 공식 방문 중인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커밀라 왕비를 20여 분간 만나기도 했다. 당초 예정됐다가 교황의 와병으로 취소됐던 일정이다. 그러나 교황의 건강이 호전되면서, 비공식 일정 형태로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찰스 3세 부부의 결혼 20주년 기념일이었다. 교황청은 “교황이 국왕 부부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고, 건강 회복 기원에 감사의 뜻도 전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의료진의 염려에도 자신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올해 가톨릭 희년(25년마다 돌아오는 성스러운 해)을 맞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병자와 의료인을 위한 특별 미사에 예고 없이 등장, 신도 수천 명의 환호를 받았다. 교황은 “정말 감사하다. 모두에게 좋은 일요일이 되기 바란다”고 직접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튿날인 7일에는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도 만났다.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이 거처(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매일 미사에 참여하고 일부 업무도 처리하고 있다”며 “목소리와 거동도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매체들은 “지난 2주일여간의 호흡 및 물리치료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들과 가까이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는 교황이 계속 외부와 접점을 늘려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교황이 20일 부활절 미사에 직접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한 것을 기념하는 명절에, 교황 역시 자신이 건강의 큰 고비를 넘기고 회복했음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 앞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리에레델라세라는 “교황의 공개 행보가 잦아지면서 부활절 행사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난해처럼 다른 사제의 도움을 받아 미사를 집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