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현직 공군 장병 970명이 이스라엘 대표 일간지들에 게재한 전면 광고. 붉은색 제목으로 "적대 행위 중단을 통한 납치 피해자(인질)의 귀환을 촉구한다"고 되어 있다. /일간 하욤 제공

이스라엘 군 장병 1200여 명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의 전쟁 지속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네타냐후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와 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으며, 이는 무고한 생명의 희생만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전현직 공군 장병 970명은 10일 발행된 ‘하욤‘과 ‘하레츠’ 등 주요 일간지에 “적대 행위(전쟁) 중단을 통한 납치 피해자(인질)의 귀환을 촉구한다!”는 붉은색 제목의 히브리어 전면 광고를 냈다. 이 글은 “지금 벌어지는 전쟁은 안보적 이익이 아닌, 정치적·개인적 이익을 위해 벌어지고 있다”며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인질과 군인·민간인들의 죽음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질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낼 방법은 협상밖에 없다”며 “군사적 압박은 인질의 죽음과 군인들의 위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 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들은 “매일매일 인질들의 삶이 위험에 처하고 있다”며 “모든 이스라엘 시민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광고 중간부터 하단까지는 이 광고를 내는 데 뜻을 같이한 현역·예비역 970명의 이름이 빼곡히 실렸다.

공군 전현직 장병들의 일간지 광고가 나간 다음 날에는 타군 장병들의 지지도 잇따랐다. 이스라엘군 정보부대인 8200부대 전직 부대원 250명은 11일 주요 이스라엘 일간지에 보낸 성명을 통해 “전쟁 중단을 통해 인질들의 즉각적 귀환을 요구하는 공군 장병들의 요구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8200부대는 적국의 통신 감청 및 암호 해독, 사이버 작전 등을 담당하는 부대다. 지난해 9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직 해군 장교, 군의관 수십 명도 이날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놨다.

2023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1400여 명이 살해되면서 전쟁이 발발했다. 이때 끌려간 251명 중 생환하거나 시신으로 돌아온 경우 등을 제외하고 24명이 여전히 억류된 것으로 이스라엘 당국은 보고 있다. 지난 1월에 돌입했던 휴전은 연장에 실패하면서 교전이 재개된 상태다.

이스라엘 군 장병들이 정부의 정책, 특히 대(對)팔레스타인 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에는 이스라엘 공군 조종사 27명이, 2004년에는 이스라엘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 장교들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군사 작전에 반대하는 서한을 역시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발표했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정면으로 비판·반발하는 이스라엘 사회의 ‘후츠파 정신‘이 드러난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무장한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가 2024년 10월 26일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 미지의 장소에서 출발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집단행동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사전 진화에 나섰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들은 “공군 지휘부 장군들이 직접 서명자들과 개별 접촉해 ‘서명 철회‘를 종용했지만 불과 40여 명만이 응했다”고 전했다. 토메르 바르 공군 사령관이 8일 예비역들을 직접 만나 “전시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지만 예비역들은 끝까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과 정부는 즉각 징계에 나섰다. 바르 사령관과 에얄 자미르 참모총장,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10일 “광고 게재에 참여하고, 서명을 철회하지 않는 이들을 모두 파면하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성명을 통해 “군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전쟁 중에 군을 약하게, 적을 강하게 만드는 발언을 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이들은 이스라엘 군인이나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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