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전쟁이 고조되면서 중국 내에선 반미 감정과 애국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인 손님은 비용을 더 내라’는 안내문을 내거는 상점들이 생겨났으며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애국심을 자극하는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미국인 손님을 차별하는 안내문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우한의 한 고깃집은 “오늘부터 우리 상점은 미국인 고객에게 봉사료를 104% 더 받는다”며 “이해가 안 된다면 미국 대사관에 가서 문의하세요”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104%라는 수치는 이 사진이 찍혔을 당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겠다고 한 관세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반발한 중국인들이 민간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비슷한 안내문을 내건 식당, 술집, 당구장, 주얼리숍 등의 사진이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다. 이 외에도 한 신발 제조업자는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 “앞으로 미국 사업 파트너들과 거래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영상을 올려 주목받았다. 그는 이 영상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나는 물건을 (미국에) 수출하지 않기로 했다”며 “사업에서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애국심”이라고 말했다.
한 스마트폰 판매업자는 “매일같이 관세를 올려대니 나는 이제 미국산 폰은 팔지 않을 것”이라면서 애플의 아이폰을 매대에서 치우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런 행동을 두고 중국 네티즌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애국적이고 멋있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사업 홍보를 위한 기회주의적인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이런 식의 대응에 반대한다. 오히려 할인을 해줘 미국인이 방문해 중국산을 더 많이 사고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미국의 관세 인상 반대’라는 제목의 노래가 공유되고 있다. 중국 가수 투홍강의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개사한 노래로 ‘미국의 세금 인상에 관해 얘기하자면 그들이 늘 그래왔듯 이기적인 행동을 하며,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사악한 의도로 전 세계를 적대하고 있다’는 가사를 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런 분위기를 더 부추기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엑스(X)에 1953년 2월 한국전쟁 당시 마오쩌둥의 연설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마오쩌둥은 “이 전쟁이 얼마나 오래갈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얼마나 오래 가든 우리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한다.
6·25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직접 전투를 벌인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다. 미·중 관세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미국에 맞서 결의를 다지자는 메시지를 올린 것이다. 이 영상 조회 수는 하루 만에 1000만건이 넘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일 다른 나라에 대한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 중국에만 추가 관세를 125%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의 펜타닐 대응을 문제 삼아 2~3월에 부과한 20%까지 합하면 대중 관세는 총 145%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중국 정부도 이에 대응해 오는 12일부터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추가 관세를 84%에서 1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