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미국 워싱턴 DC 캐넌 빌딩(하원 의원회관) 203호 민주당 톰 스워지(63·뉴욕) 하원의원실. 태극기와 성조기를 가슴에 나란히 그린 태권도복을 입고 스워지 의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기합을 넣으며 송판 격파 시범을 보였다. 송판을 잡아준 이는 박천재(65) 조지메이슨대 스포츠사회심리학 교수. 국기원 이사인 박 교수는 1982년 에콰도르에서 열린 제5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의회 태권도회(Capitol Taekwondo Club)’를 만들었다. 당시 ‘지한파(知韓派)’인 스워지 의원이 국기원에서 ‘명예 7단증’을 받고 “이것만 받고 말면 내가 가짜가 되는 기분이다. 진짜 태권도를 배워보고 싶다”며 박 교수에게 지도를 부탁한 것이다. 스워지 의원이 태권도를 함께 배울 공화당·민주당 동료 하원 의원 6명을 데려와 현재 수련생은 7명이다. 박 교수가 매주 1회 오전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의원 전용 헬스장에서 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친다.
스워지 의원은 “태권도를 하면 정신과 신체가 결합되는 기분이다. 운동도 되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낀다”며 “내가 태권도를 하면 지역구의 많은 한국계 주민이 나를 더 친근하게 느낄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미국 의원들은 세계에서 가장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사람들”이라며 “샌드백을 마음껏 때려보게도 하고, 직업 특성상 불특정 다수와 접촉이 많은 만큼 호신술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스워지 의원은 지난 1월 양당 의원 50여 명의 서명을 받아 ‘한미 동맹 재확인’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미 의원들이 한미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을 금전 거래 상대로만 보는 것을 우려한다. 한국의 친구들에게 우리가 이 강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는 메시지를 꼭 보내고 싶다”고 했다.
수련생인 민주당 조 모렐리(68·뉴욕) 하원 의원은 박 교수를 “대사범님(Grand Master)!”이라고 부르며 고개 숙여 깍듯이 인사했다. 부친이 6·25 참전 용사였던 모렐리 의원은 “태권도는 단지 무술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삶의 원칙이며 한국이 세계와 교류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태권도회 의원이 늘어나면 ‘미국 태권도의 날’ 제정을 추진하고 싶다”며 “미국 내 범죄 청소년이나 난민 등 소외 계층에게 태권도를 소개하며 그들도 미래를 향한 꿈을 키우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