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기념해 색소를 입힌 달걀들. /로이터 연합뉴스

기후변화와 질병, 고물가에 직면한 미국과 유럽의 부활절 풍속이 바뀌고 있다. 기독교 문명권인 미국·유럽에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이 성탄절과 더불어 최대 명절이다. 하지만 부활절 달걀이나 초콜릿을 나누는 풍속에도 경제적 이유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고 각국 외신은 보도했다.

조류 인플루엔자로 ‘계란 파동’을 겪고 있는 미국에선 달걀을 식용 색소로 염색하거나 그림을 그려 이웃에게 나누는 ‘부활절 달걀’을 감자나 마시멜로, 돌멩이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달걀이 너무 비싸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미국의 계란 12개 평균 소매 가격은 약 5.90달러(약 8500원)다. 2022년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이후 1억6000만 마리 이상의 ​닭을 살처분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 3만개 이상을 받은 ‘부활절 마시멜로’를 꾸미는 한 영상에는 “달걀보다 저렴하고 감자보다 맛있겠다” “계란 값이 지금 같다면 반드시 따라 해야 할 영상”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밖에도 감자나 돌멩이 등으로 계란의 대체품을 만드는 노하우도 공유된다.

부활절에 달걀을 나누는 풍습은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고대 이집트·그리스·로마·페르시아 등에선 달걀을 생명의 근원이라고 여기고 염색한 달걀을 봄 축제 때 나누곤 했다. 이후 예수의 부활 의미가 가미돼 기독교의 풍습으로 흡수됐다. AP는 올해 부활절엔 80% 가까운 사람이 과거보다 부활절 달걀을 덜 염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1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올해 ‘부활절 토끼 초콜릿’ 생산량이 2억2800만개로 전년 대비 5%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에선 ‘이스터 버니’라는 토끼가 계란·사탕·장난감을 부활절에 아이들에게 나눠준다는 설화가 있어 이 시기 토끼 초콜릿이 잘 팔린다. 게르만족이 숭배하던 봄의 여신 에오스트레(Eostre·부활절 ‘이스터’의 어원)와 토끼·알을 연결시키는 신화학적 해석도 있다. ‘이스터 버니’ 풍습은 독일계 이민자들이 미국으로도 전파시켰다.

그러나 지난해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가 기록적 작황 부진을 겪으면서 초콜릿 가격이 급등했고, 부활절 토끼 모양 초콜릿 생산도 감소했다. 카카오나무는 20~30도의 일정한 기온, 연간 1500~2000㎜ 수준의 강우량이 유지될 때 잘 자란다. 그러나 전 세계 코코아의 3분의 2 이상을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 가나, 나이지리아, 카메룬 등 서아프리카 지역이 몇 년 전부터 이상 고온으로 인한 가뭄, 일시적 폭우 등의 이상기후를 겪으며 카카오나무가 병충해에 시달렸고 흉작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뉴욕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은 1t당 1만2987달러(약 1907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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