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더 초즌(The Chosen·선택 받은 자)에 등장하는 예수 그리스도가 설교하고 있다./더 초즌 캡처

오는 20일 부활절을 앞두고 영미권에선 ‘예수 콘텐츠’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 제작사와 영화인들이 만든 애니메이션 ‘예수의 생애(미국명 The King of Kings·왕중왕)’는 지난 11일 북미 개봉 하루 만에 701만275달러(약 100억원) 매출을 올리며 박스 오피스 2위에 올랐다. 개봉 첫 주 수입은 1800만달러(약 257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모팩 스튜디오(대표 장성호)가 김우형 촬영감독과 제작한 이 작품은 현장 관객 설문 조사에서 최고 등급인 ‘A+’를 받기도 했다.

예수의 생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그린 미국 드라마 ‘더 초즌(The Chosen·선택받은 자)’은 전 세계적으로 2억8000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미국의 에인절 스튜디오가 2017년부터 제작 중인 이 드라마는 50여 국 언어로 녹음됐고 누적 조회 수는 8억회가 넘는다. 예수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다윗왕을 그린 ‘하우스 오브 데이비드(2025)’, 예수의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 ‘마리아(2024)’,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의 개신교 부흥 운동을 다룬 영화 ‘예수 혁명(2023)’도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예수의 십자가 고난을 그린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도 부활을 소재로 한 속편을 준비 중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기독교 오락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염 난 남자들이 어디에나 있다”며 “‘더 초즌’의 엄청난 인기는 종교 콘텐츠의 장점을 보여주며 할리우드를 개종시켰다”고 했다. 예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제작되는 배경으로 이코노미스트는 제작비가 저렴하다는 점을 지목했다. 예수는 세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존재이기에 인기 스타를 고액에 캐스팅할 필요가 없다. ‘수염’이 풍성한 선량한 인상이라면 누구나 예수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초즌’에서 예수 역을 맡은 조너선 루미는 9년 전까지만 해도 무명 배우에 불과했다. 또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을 일으키더라도 최근 할리우드 대작의 현란한 스케일에 비하면 특수 효과 비용도 낮은 편이다. 전 세계 24억명 기독교 신자가 고정 시청층이란 점도 ‘예수 콘텐츠’의 강점으로 꼽힌다.

사랑·희생·구원 같은 기독교적 가치를 강조하는 예수 콘텐츠가 폭력이나 성(性)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다는 점도 흥행 요인이다. 시장조사 업체 암페어 애널리시스의 앨리스 소프는 “할머니와 같이 봐도 좋다”고 했다.

물론 기독교 성서가 묘사하는 세상사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는 작품도 있다. 그럼에도 예수가 상징하는 선(善)이 세상을 지배하던 악(惡)에 궁극적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안도감을 느낀다. 이코노미스트는 ‘하우스 오브 데이비드’ 제작자의 말을 인용하며 지난 몇 년 동안 사람들이 어두운 세상에 피로감을 느꼈고, 신앙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보수 정치와 종교가 ‘예수 콘텐츠’를 매개로 결합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0일 “믿음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번성하고 있다”며 조너선 루미를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루미가 미 공화당 정치인들과 낙태 반대 연설을 하거나 각종 보수적 종교 집회에 참석한 사실을 언급했다. 가디언은 “미국에선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많은 종교 지도자가 트럼프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전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의 기독교 우파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예수 콘텐츠’의 인기를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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