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F-35 전투기. /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이 촉발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로 미 국방부가 F-35 전투기 등 주요 무기 체계 생산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14일 뉴욕타임스(NYT)는 국방 전문가를 인용해 “미 국방부와 방위 산업체는 중국에서 채굴하고 가공한 희토류 광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보복 조치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중국 정부의 결정은 미국 국가 안보에 대한 경고 사격”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희토류는 현대 무기 체계의 핵심 구성 요소로, 희토류의 한 종류인 이트륨은 대부분의 미국 국방 기술에 필수적이다. 희토류는 전기 모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자석의 핵심 재료로 전투기와 전함, 미사일, 탱크, 레이저 등에 쓰인다. 이트륨은 전투기 엔진의 열 차단 코팅에 사용되어 비행 중 터빈이 고열에 녹는 것을 방지하고, 희토류 자석은 미사일 유도 시스템과 드론의 소형 전기 모터의 핵심 요소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F-35 전투기 1대에는 약 440kg의 희토류가 필요하며 일부 잠수함은 4300kg 이상의 희토류를 사용한다.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에 대한 보복으로 중희토류 6종(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과 희토류 자석에 대해 특별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다. 중희토류 6종은 사실상 중국에서만 정제되며 희토류 자석 역시 중국산이 90%를 차지한다. 이번에는 허가제에 그쳤지만, 국가별 반출량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로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요 광물 안보 프로그램 책임자인 그레이슬린 바스커런은 “이번 결정이 미국 국가 안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의 외교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전례가 있으며, 이후 미국은 희토류 비축량을 늘려왔다. 그러나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댄 블루멘탈 선임 연구원은 “15년 전보다 비축량이 더 많아졌지만 이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 방위산업체들은 이 사태를 매우 우려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 광물 거래 회사인 ‘립먼 월튼 앤 컴퍼니’의 아론 제롬은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대부분을 채굴하고 정제하며,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고 했다. 매체는 “중국은 이러한 공급망 장악을 통해 희토류에 의존하는 무기의 가격에 대해 일정 수준의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미국의 방위 산업 기반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1980년대까지 미국은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을 통해 희토류 생산을 주도했으나 2002년 폐쇄되며 중국이 시장을 장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재임기인 2017년 자국 내 희토류 생산을 독려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현재 MP 머티리얼즈가 마운틴 패스 광산을 재가동했으나 중국의 생산량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 국방부와 방위산업체들은 현재 일정량의 희토류를 비축하고 있으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는 수개월 분량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방위산업 관계자는 “국방부의 비축량도 방위산업체를 무기한으로 운영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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