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 관세를 발효 13시간 만에 90일간 전격 유예하기 직전 트럼프의 공화당 측근 의원이 수억원대의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14일 드러났다. 당시 트럼프의 예상치 못한 관세 유예 발표 직후 나스닥(12.2%)과 S&P500(9.5%) 상승률은 각각 역대 둘째, 셋째를 기록할 정도로 주가가 폭등했는데 민주당은 이를 두고 트럼프 주변의 내부자 거래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날 미 의회 하원에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하원 의원은 트럼프의 관세 유예 발표 당일과 전날인 8~9일 이틀 동안 2만 1000달러(약 3000만원)~31만 5000달러(약 4억 4700만원)의 주식을 매수했다. 8일에는 5만달러(약 7100만원)~10만달러(약 1억 4200만원)어치의 재무부 채권을 처분했다. 그린 의원은 8~9일 동안 1001달러(약 142만원)~1만 5000달러(약 2130만원) 사이의 주식 거래 21건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에 따라 미 의원들은 주식 거래 30일 이내에 이를 보고해야 하며 정확한 금액 대신 대략적인 범위를 공개하게 된다.
이날 보고서는 마침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의 관세 유예 발표 전후로 측근들에게 내부자 거래를 통한 수익 기회를 제공한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나왔다. 향후 미 의원들의 주식 거래 내역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린 의원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성향의 ‘친(親)트럼프' 의원으로 의정 활동 대부분의 초점이 트럼프 옹호에 맞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린 의원의 남자친구인 보수 매체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 기자는 지난 2월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군복 차림의 젤렌스키에게 “백악관을 방문하면서 왜 정장을 안 입었나. 정장이 있기는 한가”라는 조롱성 질문을 던져 논란이 됐다. 당시 그린 의원은 “남자친구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지난 9일 오전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지금은 정말 매수하기 좋은 시기! DJT”라는 글을 올렸고 3시간 40분 뒤 전격적인 관세 유예를 발표하며 주가 폭등을 초래했다. ‘DJT’는 트럼프 이름(도널드 존 트럼프)의 약자이면서 트루스소셜의 모기업인 ‘트럼프미디어’의 종목 코드이기도 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 의원은 이날 애플 등 여러 기업의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애플 주가는 이날 약 5% 상승했다. 그린 의원은 8일에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 주식을 매수했는데, 해당 주가는 이후 21% 상승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린 의원만이 이날 주가 변동성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는 9일 오후 투자회사 찰스 슈왑 회장과 면담하며 슈왑 회장과 동석자들에게 “이 사람은 오늘 25억달러(약 3조 5500억원)를, 저 사람은 9억달러(약 1조 2800억원)를 벌었다”고 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주식 매수를 하라며 종목 코드(DJT)를 직접 언급했던 트럼프미디어의 주가는 당일 21.67% 급등했고, 이 회사 지분의 53%를 보유한 트럼프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하루 만에 4억 1500만달러(약 5900억원)를 번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