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밍엄 거리에 쓰레기가 가득 쌓인 모습. /X

영국에서 런던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제2 도시 버밍엄 거리가 쓰레기로 가득 차고 있다. 쓰레기 수거 노동자의 파업 장기화로 수거돼야 할 쓰레기들이 그대로 방치됐기 때문이다.

15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버밍엄시가 제안한 최신 임금 협상안이 결렬되면서 노조 유나이트 소속 쓰레기 수거 노동자들의 파업은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노동자들은 지난달 11일부터 시의회의 쓰레기 재활용 및 수거 노동자 감원과 임금 삭감 계획에 항의해 파업을 시작했다.

시의회가 쓰레기 수거 노동자 인원 감축에 나선 건 예산 부족 때문이다. 노동당이 다수인 버밍엄 시의회는 2023년 임금 차별에 대한 법적 보상 등으로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고, 이에 따라 3억 파운드(약 5630억원)의 예산을 삭감했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 관련 노동자 감원과 임금 삭감 등의 조처를 한 것이다. 버밍엄은 현재 재정난으로 법으로 정해진 지방자치단체 필수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이런 시의회 쓰레기 수거 노동자 인원과 임금 감축에 노조 유나이트는 반발, 파업에 나섰다. 노조 유나이트는 이 직책이 보건과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의회 측이 일방적으로 감원했을 뿐만 아니라, 임금 삭감으로 약 170명의 노동자가 연간 최대 8000파운드(약 1400만원)의 임금 손실을 겪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시의회 측은 실제로 피해를 보는 노동자 수는 17명 정도에 그친다며, 임금 손실 규모도 훨씬 적다고 반박했다.

버밍엄 거리 곳곳에 쓰레기가 가득 쌓인 모습의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확산하고 있다. /X
지난 3일 영국 버밍엄 주택가에 쌓인 쓰레기 더미. /EPA 연합뉴스

문제는 이들 파업으로 도시 곳곳에 쓰레기가 들어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거리에는 1만7000t 이상의 쓰레기가 쌓였고, 이로 인해 쥐와 해충 등이 확산하면서 공중 보건을 위협할 수준으로 이어졌다. 결국 지난달 말, 버밍엄 시의회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에 시의회가 ‘부분적 보상책’을 제시했으나, 유나이트는 이 보상책이 단순히 형식적인 제안에 불과하다며 반대했다.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가운데 97%가 협상안에 반대했다. 유나이트 전국 대표 오나이 카삽은 “시의회 제안은 핵심 쟁점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설득력 없는 변명에 불과했다”고 했다.

현지 언론에 등장하는 시민들의 인터뷰를 보면 불편을 체감할 수 있다. 버밍엄 발솔 히스 지역에 거주하는 애덤 야신(33)은 쓰레기 더미로 모여든 쥐가 자신의 차량 전기 배선 시스템을 완전히 갉아먹어 수리도 할 수 없는 폐차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차량이 시동조차 걸리지 않았다”며 “정비소에선 전선을 다 교체해야 한다고 했고, 보험사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폐차 판정을 내렸다”고 했다. X 등 소셜미디어에는 길에 쌓인 쓰레기 봉지에서 구정물이 흘러나오거나 쥐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돌고 있으며, 네티즌 사이에서는 버밍엄 쓰레기를 쌓으면 프랑스 파리 에펠탑 2개를 합친 규모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 리치필드와 텔퍼드 등 주변 시의회들이 지원에 나섰으나, 역부족해 최근에는 군 당국까지 지원에 나섰다. 다만 이번 군 개입은 병사들이 투입되는 게 아니라, 군의 행정·기획 인력이 단기적으로 대응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안젤라 레이너 부총리는 “이번 주에는 보도와 거리 정비까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