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 하버드대학교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개혁 요구를 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대학이 가진 ‘면세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면세 지위를 없애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고, 기부금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하버드대로서는 재정적으로 더욱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하버드대의 정면 충돌이 확전 기로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15일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하버드대가 계속해서 정치적, 이념적이며 테러리스트에게 영감을 받거나 지지를 보내는 ‘병적 사상’을 밀어붙인다면 세금 면제 지위를 박탈당하고 정치 단체로서 관세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세금 면제 지위란 전적으로 공익을 위한 행동에 달렸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했다.
하버드대와 같은 교육, 종교, 자선 목적의 비영리 기관은 연방 소득세 등 다양한 부분에서 세금 면제 혜택을 받는다. 다만 명시된 목적 이외의 활동을 할 경우 그 지위가 취소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버드대의 정치 편향성을 지적하는 정치권에서는 세금 면제 지위 박탈을 할 수 있다는 위협을 그동안 여러 차례 했다. 하버드대 학생 신문 하버드크림슨은 “이날 트럼프의 말은 행정부가 하버드의 비영리 지위를 취소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했다.
하버드대도 이 부분이 약점이 된다는 점을 알고 로비스트를 고용해 의회 등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벌여왔다. 하버드대는 지난해 세금 및 연방 자금 지원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60만 달러 이상을 로비 활동에 쏟아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의 비영리 지위를 일방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재무부 산하 국세청에 하버드에 대한 공식 조사를 지시할 수 있다. 하버드대는 면세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교수 채용, 대학 지원 연구 등에서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블룸버그는 “세금 면제 지위는 졸업생들이 학교에 기부한 돈에 대해 세금 공제가 가능해 기부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면서 “실제 지위가 완전히 박탈되면 대학은 고통스러운 재정적 타격을 받게 된다”고 했다.
하버드대는 전날 트럼프 정부가 요구하는 개혁 방안에 응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11일 하버드대에 입학·채용에서 다양성 우대 조치를 중단하고, 반이스라엘 성향 학생의 입학을 막기 위해 유학생 제도를 재편해야 한다는 등 열 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이날 학교 구성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트럼프 정부의 요구 사항은 수정 헌법이 적시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지식의 탐구·생산·전파에 헌신하는 기관으로서 하버드가 지켜온 가치를 위협한다”고 했다.
한편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하버드대와 관련해 대통령은 그들이 연방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라면서 “대통령은 하버드대가 자신들의 캠퍼스에서 유대계 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벌어진 끔찍한 반유대주의에 대해 사과를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