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국 광저우 137회 캔톤페어의 한 부스./ A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중국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영국 BBC가 16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산 일부 제품에 고율의 관세로 응수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수출 업계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광저우에서 열린 중국 최대 규모 무역박람회 ‘제137회 캔톤페어’에선 대미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직원 400명을 둔 저장성의 소르보 테크놀로지는 미국에 모기 퇴치 키트를 수출하며 성장했다. 이 키트는 미 월마트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인기를 끌었으나 트럼프의 관세 부과 이후 재고가 쌓이는 중이라고 한다.

이 회사 리오넬 쉬 대표는 BBC에 “트럼프는 미쳤다”라며 “트럼프가 생각을 안 바꾸면 어떻게 되나. 우리 공장에는 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BBC는 “두 경제 대국이 충돌하면서 미국 가정을 겨냥한 중국산 제품들이 공장에 쌓여간다”며 “중국은 지난 4년간 경기 침체 상황에서 14억명 규모의 내수 시장을 확대해 상황을 타개하려고 했으나 효과를 못 봤다. 여전히 수출 위주의 경제 성장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작년 경제성장에서 수출 비율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만큼 1000만~2000만명이 대미 수출과 관련된 직종에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경제 구조상 미국 수출이 어려워지면 그만큼 중국 노동자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광둥성의 한 신발 공장 근로자는 “하루에 14시간 일한다”며 “예전엔 일당 300~400위안(약 5만8000~7만7000원)을 벌었는데 지금은 100위안(약 1만9000원)도 겨우 받을 정도”라고 했다.

미국에서 제품을 들여오는 업체들도 피해를 보긴 마찬가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 상가가 있는 광둥성 선전시 화창베이의 소매점들은 관세 전쟁 이후 주문이 급감했다. 이곳에서 유통되는 칩은 대부분 미국에서 조달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데, 미국의 무역 전쟁 이후 화창베이의 인텔과 AMD의 CPU칩 가격이 10~40% 인상됐다고 한다.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펜타닐 대응을 문제 삼아 부과한 20% 관세에 상호 관세 125%를 더해 대중 누적 관세율을 145%로 재산정했다. 여기에 중국은 대미 보복 관세를 125%로 상향하고 희토류 수출 금지로 맞서면서 양국의 갈등은 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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