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산을 포함한 각국의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 27곳을 폐쇄하고 공관 인원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15일(현지 시각) “미국 대사관 10곳, 영사관 17곳을 폐쇄하라는 권고가 담긴 국무부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폐쇄 권고 대사관은 몰타·룩셈부르크·레소토·콩고공화국·중앙아프리카공화국·남수단 등 유럽과 아프리카에 집중됐다. 폐쇄된 대사관의 업무는 인접 국가 공관이 맡게 된다.
폐쇄 권고 영사관은 한국의 부산을 포함해 보르도·리옹·마르세유·렌·스트라스부르 등 프랑스 5곳, 뒤셀도르프·라이프치히 등 독일 2곳, 영국 에든버러, 이탈리아 피렌체, 그리스 테살로니키, 포르투갈 폰타델가다 등이다. 모스타르·바냐루카 등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2곳,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카메룬 두알라, 인도네시아 메단도 포함됐다. 이라크와 소말리아 주재 미국 외교공관의 규모를 축소하라는 권고도 문서에 담겼다.
권고안이 실제 이행될 경우 폐쇄되는 부산의 미 영사관의 업무는 서울의 주한 미 대사관으로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미국 영사관은 1984년 정식 개설됐지만 1998년 예산 절감 차원에서 폐쇄됐고, 2007년 재개설돼 제한적인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
이번 외교 공관·인원 축소 권고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정부 개혁안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만한 연방 정부의 예산 집행과 비효율적인 운영 방식을 뜯어고치겠다면서 정부효율부(DOGE)를 신설하고 수장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했다.
정부효율부는 국무부 예산의 50% 가까이를 삭감하는 안을 검토 중이며, 관련 조치 중 하나로 이번 공관 축소안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 축소안은 국무부의 호세 커닝엄 운영담당 차관보의 주도로 작성됐다고 한다. 주재국 및 관련 기관의 의견과 함께 영사 업무량, 인건비, 보안 등급 등을 기준으로 폐쇄 공관이 결정됐다.
이뿐만 아니라 해외공관에서 일하는 인력도 대거 해고할 계획이다. 미 국무부 직원 7만6000명 중 5만 명이 해외공관에서 일하고 있다.
다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공관 축소안을 승인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무부 대변인도 언론 질의에 즉답을 피했다.
한국 정부는 외교 채널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등 대응 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번 건과 관련한 본지 질의에 “별도로 언급할 사항은 없다”면서 “한미는 모든 사안에 대해 항상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