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기독교 최대 축일인 부활절(20일)을 맞이해 30시간 동안의 짧은 휴전을 제안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에 “위선적 휴전 제안”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어서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30일 휴전안을 받아라”고 했다.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19일 오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늘 오후 6시부터 일요일 밤 12시(21일 0시)까지 부활절 휴전을 선언하고, 이 기간 동안 모든 적대 행위의 중단을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크렘린궁은 “이번 휴전 선언은 인도주의적 고려에 의한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모범을 따를 것(휴전에 동참)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크렘린궁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금 이 순간도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공습 경보가 울리고 있다”며 “푸틴이 사람들의 생명을 가지고 또 한 번 게임을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지금 우리 영공에 러시아의 ‘샤헤드’ 드론이 날고 있는 이 상황이야말로 푸틴이 부활절을, 그리고 사람들의 생명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엑스를 통해 “푸틴의 발언은 오랫동안 그의 행동과 일치하지 않았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또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1일 미국이 제안한 30일간의 무조건적인 휴전에 동의했지만 러시아는 이미 39일째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30시간이 아닌 무조건적인 30일 휴전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젤렌스키는 이어서 이날 밤 엑스를 통해 휴전 수용을 시사하면서 “30시간의 휴전은 신문 제목용일뿐, 신뢰 구축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또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면 30일간 휴전하자”고 역제안도 내놨다. 그는 “현재 보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일부 전선에서 여전히 공격 중이고 포격도 지속되고 있다”며 러시아의 일방적 휴전 주장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과거 2023년 1월 6일에도 러시아 정교회 크리스마스(1월 7일)를 맞아 36시간의 일시 휴전을 명령한 바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당시 “러시아가 휴전 제안을 전술적 ’시간 벌기’에 이용하려 한다”며 실제 교전 중단에 응하지는 않았다. 휴전 제안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지한 러시아 정교회 측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것도 고려됐다.

러시아는 당시 동·남부 전선에서 미국의 강력한 정보 및 전술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에 계속 밀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한편 크렘린궁 측은 이날 “우리 군은 (우크라이나의) 휴전 위반 및 도발 가능성에 대비, 적의 모든 공격을 격퇴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도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달 18일 미국의 중재로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과 해상(흑해) 전투 중단 등 30일 부분 휴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서로 “상대방이 휴전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러시아는 현재 “30일 휴전은 종료했으며, 연장 여부는 푸틴 대통령의 결정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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