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19일 오전 베이징 이좡 남해자공원에서 열린 이 대회에는 사람처럼 걷고 달리는 20대의 로봇이 조종수·기술자와 함께 21km의 하프마라톤 코스에 도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대회는 로봇이 인간과 같은 조건에서 마라톤에 참여한 세계 첫 공식 경기”라고 했다.
이날 대회 코스는 로봇들의 ‘신체 능력’을 검증할 수 있도록 경사로와 커브길을 섞은 경로로 설계됐고, 대회 참가 제한 시간은 3시간 30분이었다. 로봇들의 경기 중 배터리 교체는 허용됐고, 로봇 본체를 같은 기종으로 교체하는 ‘계주 형식’도 페널티 부과를 조건으로 가능했다.
대회 우승은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유비테크의 ‘톈궁 울트라’가 2시간 40분 42초 만에 완주하며 차지했다. 이 로봇은 키 180㎝, 몸무게 52㎏로, 시속 8~10㎞ 속도로 전 구간을 달렸다. 톈궁 측 관계자는 “대회 중에 로봇이 한 번 넘어졌는데, 이는 배터리 고장으로 전력 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졌기 때문”이라면서 “경기 중에 배터리 교체는 세 번 이뤄졌다”고 했다. 2등으로 도착한 베이징 숭옌둥리의 ‘N2’는 120cm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고(高)빈도 걸음 알고리즘’을 이용해 경쟁자들을 제쳤다. 걸을 때 충격을 최소화하는 특수 아동화도 신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완주에 성공한 로봇은 20대 중 6대 뿐이었다. 선눙사가 출품한 일본 애니메이션 ‘건담’을 연상시키는 로봇은 출발하자마자 방향을 잡지 못하다가 쓰러졌다. 실물 같은 인간 여성의 얼굴을 탑재한 로봇 ‘환환’은 불과 100m 만에 주저앉아 탈락했다. 중국에서 주목 받는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유니트리는 이 대회에 공식적으로 참가하지 않았지만, 한 단체가 이 회사 로봇 G1을 이용해 대회에 참가했다가 중도 탈락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리더봇 등 10개 기관이 공동 발간한 보고서는 “2025년은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실험실 단계를 벗어나 상용화로 접어드는 원년”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