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수 케이티 페리가 지난 14일 미국 텍사스주 밴혼의 1번 발사장에서 블루 오리진 뉴 셰퍼드 NS-31 로켓에 탑승해 우주 궤도 진입을 위한 짧은 임무를 마친 뒤 지구에 도착해 땅에 입을 맞추고 있다./EPA 연합뉴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미국 민간 우주 업체 ‘블루 오리진‘이 지난 14일 진행한 우주 여행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우주선 ‘뉴 셰퍼드’ 호에 탑승한 팝스타 케이티 페리 등 여성 여섯 명은 약 10분간 106㎞ 고도까지 우주 여행을 하고 지구에 착륙했다.

미국 민간 우주 업체 블루 오리진의 우주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승객들이 14일 우주선 탑승 전 발사대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로런 산체스, 케이티 페리, 아이샤 보위, 케리엔 플린, 게일 킹, 어맨다 응우옌. /블루 오리진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38만㎞가량이다. 블루 오리진은 보도자료에서 여성 여섯 명을 우주비행사(astronaut)로 명시했지만 미 연방항공청 기준에는 맞지 않는 표현이다. 미국 내에선 이들이 ‘우주 관광’ 또는 ‘우주 체험‘을 하고 왔음에도 지구에 도착해 땅에 입을 맞추며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깨달은 경험”(케이티 페리) 같은 말을 한 데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미국 시사 잡지 애틀랜틱은 “최근 페리가 우주에 머무른 시간보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다”고 했다. “케이티 페리가 몇 주, 몇 개월 동안 우주에 다녀온 줄 알았다”는 소셜미디어 반응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우주선에 이상이 발견돼 9개월가량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갇혀 있다가 지난달 18일 지구로 돌아온 두 과학자 부치 윌모어, 수니 윌리엄스의 일화와 ‘뉴 셰퍼드’ 탑승객을 비교하는 반응도 있었다.

블루 오리진이 ‘전원 여성 탑승‘을 강조한 데 대해서도 과도한 페미니즘 포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 과학기술 매체 퓨처리즘은 “우주를 혼자 여행하고 돌아온 첫 번째 여성은 1963년 러시아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라며 “이번 비행을 여성의 업적으로 치켜세우는 일은 공허하다”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연구가 아닌 관광 목적의 여정”이라며 “어리석은 돈 낭비”라고 했다.

일각에선 베이조스의 약혼자인 폭스TV 앵커 출신 로런 산체스가 일부 탑승자를 선정한 것을 두고 “10억달러짜리 결혼 선물이냐”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산체스는 “수천 명의 블루오리진 직원들은 자기 일과 임무를 사랑한다”며 “그들에겐 이 일이 큰 의미가 있다”고 반박했다.

14일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호에 탑승해 10분 간 우주 여행을 하고 돌아온 팝스타 케이티 페리가 무릎을 꿇고 땅에 입맞춤하고 있다. /연합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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