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독재 국가에선 소셜미디어가 민주주의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2021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가 대표적이다. 2010년대 소셜미디어가 부상할 때, 미얀마에선 반독재 시위 정보를 공유하고 국제사회로 미얀마의 인권 탄압 상황을 알리는 효과적인 도구였다. 그러나 이 같은 영향력을 알게 된 군부가 오히려 소셜미디어를 시위대를 탄압하거나 적발하는 무기로 역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얀마 친군부 세력은 쿠데타 직후 소셜미디어 계정을 열어 시위대를 잔혹하게 진압하는 영상 등을 올리면서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계속하라”고 했다. 반독재 인사들을 방화·살인범으로 지목하며 사실상 죽여도 된다는 식의 메시지를 담은 수배 전단을 소셜미디어에 살포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는 군부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군사 반란을 일으킨 것이 2020년 11월의 ‘부정선거’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군부는 반독재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지칭하며 언어·이미지 조작도 병행한다. 이런 작업엔 ‘테러리스트와 맞서는 전자전’이라는 명분을 세워 통신 부대 등 군인을 동원한다.
국제사회에선 미얀마 군부가 글로벌 소셜미디어를 정권 장악과 권력 유지 도구로 쓰고 있다는 지적이 커졌다. 군부는 대외적으로는 “상황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의 주요 소셜미디어 활동을 최근엔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대내적으로는 폐쇄성이 더 강한 채팅 앱인 텔레그램을 더 활발히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얀마 국내에선 주요 소셜미디어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 사설망(VPN·Virtual Private Network)을 차단하거나, 아예 자체 유튜브 모방 웹사이트인 ‘엠튜브(Mtube)’를 만들어 군부 선전물을 게시하기도 한다. 국제사회에 비난 빌미를 아예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군부가 소셜미디어를 독점하고 온라인 환경을 통제한 상황에서 최근 미얀마 강진 구조 작업도 차질을 빚었다. 현지 인터넷 접속이 차단돼 피해 상황을 파악하거나 구조 요청을 받을 창구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이 때문에 미얀마 재난 규모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국제 활동가의 말을 인용하며 “미얀마는 현재까지 정보의 블랙홀”이라고 보도했다.
캄보디아에서도 비슷한 소셜미디어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여당 캄보디아인민당(CCP)은 2013년 만들어진 ‘사이버 전쟁실’을 동원해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야당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댓글을 달고, 여당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대규모로 퍼트리는 식이다.
훈 마네트 총리의 아버지인 훈 센 전 총리도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자를 모은 뒤 2023년 총리직 사퇴 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제할 수 있다”는 대국민 협박을 했다가 비판받기도 했다. 지난 2월 메타는 훈 센 전 총리가 페이스북 광고에 150만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국제적으로 글로벌 소셜미디어가 독재자들의 ‘광고판’이 됐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