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오전 7시 35분 교황이 숨을 거뒀다. 프란치스코(88) 교황은 선종 다음 날인 22일 십자가가 그려진 붉은 제의에 주교관을 쓴 채 평안하게 잠든 듯한 모습으로 관에 안치됐다. 곧 조문과 장례, 그리고 후임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가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가톨릭 전통에 따라 진행된다. 교황의 선종 직후부터 향후 벌어질 상황을 바티칸 현지 언론 보도와 과거의 전례 등을 토대로 구성했다.
① 교황 선종: 예배당서 의료진이 사망 공식 확인
2000년 이전까지는 교황이 선종하면 궁무처장(카메를렌고·Camerlengo)이 교황의 침실에서 작은 은망치로 교황의 머리를 가볍게 세 번 두드리며 그의 세례명을 부르는 ‘삼호 의식‘을 치렀다. 교황이 응답하지 않으면 “교황께서 참으로 선종하셨다(Vere Papa mortuus est)”고 선언하며 공식적으로 사망을 확인했다. 21세기 들어 이 의식은 의료진 진단으로 대체됐다. 선종 확인 장소도 지난해 규정 개정에 따라 침실보다는 공간 여유가 있는 교황의 예배당으로 바뀌었다.
② 선종 직후: 그리스도의 피 상징하는 붉은색 제의 입혀
선종이 확인되면 교황의 몸에 붉은색 제의가 입혀지고 머리 장식인 주교관이 씌워진다. 이후 교황의 몸은 관에 안치된다. 교황의 관이 예배당을 떠나자마자 생전 집무실과 침실은 봉쇄된다. 궁무처장이 서재와 침실 문에 붉은 띠를 두르고 붉은색 밀랍 인장을 붙인다. 빨강은 예수 그리스도가 흘린 희생의 피와 교황의 권위를 상징하는 색이다.
③ 선종 후 약 2시간: 만 80세 미만 추기경에 소집 통보
선종 사실이 로마 교구에 통보되고 이후 신자들에게 공개된다. 궁무처장은 별도로 교황청 국무원과 주교성 등에 암호로 된 전문(電文)을 보내 콘클라베 소집을 알린다. 만 80세 미만 추기경이 대상이다. 이즈음 교황이 모든 공식 문서에 찍는 직인인 이른바 ‘어부(1대 교황인 베드로의 원래 직업)의 반지‘와 개인 인장이 수거돼 제례용 망치로 파쇄된다. 파편은 비밀 금고에 봉인된다.
④ 선종 하루 뒤: 9일 애도 기간인 노벤디알레스 시작
‘노벤디알레스(9일이라는 뜻의 라틴어)‘라 불리는 애도 기간이 시작된다. 첫날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진 교황은 덮개가 닫히지 않은 채 관에 누운 모습으로 조문객들과 만남을 시작한다. 이 기간 다수의 세계 지도자들과 국가원수도 바티칸을 찾는다. 관 내부엔 교황 재위 기간 주조된 바티칸 동전을 담은 자루와 업적을 기록한 문서가 함께 놓인다.
⑤ 선종 후 5일: 장례 미사 지낸 뒤 안장할 장소로 운구
전 세계에서 추기경들과 신자들이 모여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장례 미사가 열린다. 올해는 추기경단 단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집전한다. 교황은 미사 후 유언에서 묻히고 싶다고 지목한 장소로 운구돼 영면에 들게 된다.
⑥ 선종 후 2~3주: 콘클라베서 비밀투표로 새 교황 선출
이제부터는 다음 교황을 위한 시간이다. 전 세계에서 추기경들이 바티칸 성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비밀 투표를 한다. 3분의 2를 득표하는 새 교황이 나올 때까지 반복되는 투표 끝에 선출이 완료되면 성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하얀 연기를 피워 올린다. 콘클라베 기간 내내 이 역사적 장면을 보려는 인파로 성 베드로 광장이 붐빈다. 교황은 선출되는 즉시 스스로 교황 명을 정하고 광장에서 기다리는 인파의 환호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새 교황이 쓸 ‘어부의 반지‘도 새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