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필리핀 호세 아드빈쿨라 추기경이 교황 선종 후 진혼미사 중 마닐라 대성당 예배당에 전시된 프란치스코 교황 성상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4월 21일 오전 7시 35분 교황이 숨을 거뒀다. 프란치스코(88) 교황은 선종 다음 날인 22일 십자가가 그려진 붉은 제의에 주교관을 쓴 채 평안하게 잠든 듯한 모습으로 관에 안치됐다. 곧 조문과 장례, 그리고 후임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가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가톨릭 전통에 따라 진행된다. 교황의 선종 직후부터 향후 벌어질 상황을 바티칸 현지 언론 보도와 과거의 전례 등을 토대로 구성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3월 13일 선출된 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AP 연합뉴스

① 교황 선종: 예배당서 의료진이 사망 공식 확인

2000년 이전까지는 교황이 선종하면 궁무처장(카메를렌고·Camerlengo)이 교황의 침실에서 작은 은망치로 교황의 머리를 가볍게 세 번 두드리며 그의 세례명을 부르는 ‘삼호 의식‘을 치렀다. 교황이 응답하지 않으면 “교황께서 참으로 선종하셨다(Vere Papa mortuus est)”고 선언하며 공식적으로 사망을 확인했다. 21세기 들어 이 의식은 의료진 진단으로 대체됐다. 선종 확인 장소도 지난해 규정 개정에 따라 침실보다는 공간 여유가 있는 교황의 예배당으로 바뀌었다.

교황청 관계자가 21일 바티칸 내 사도궁 3층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집무실 문 손잡이를 붉은색 리본으로 묶어 봉쇄하고 있다. 전임 교황들은 사도궁을 관저로도 사용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산타 마르타의 집’에 거주하며 이곳으로 출퇴근했다. 산타 마르타의 집에 있는 교황 숙소도 함께 봉쇄됐다. /AFP 연합뉴스

선종 직후: 그리스도의 피 상징하는 붉은색 제의 입혀

22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이 안치된 관이 생전 거처였던 바티칸 내 산타 마르타의 집 예배당에 놓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선종이 확인되면 교황의 몸에 붉은색 제의가 입혀지고 머리 장식인 주교관이 씌워진다. 이후 교황의 몸은 관에 안치된다. 교황의 관이 예배당을 떠나자마자 생전 집무실과 침실은 봉쇄된다. 궁무처장이 서재와 침실 문에 붉은 띠를 두르고 붉은색 밀랍 인장을 붙인다. 빨강은 예수 그리스도가 흘린 희생의 피와 교황의 권위를 상징하는 색이다.

③ 선종 후 약 2시간: 만 80세 미만 추기경에 소집 통보

선종 사실이 로마 교구에 통보되고 이후 신자들에게 공개된다. 궁무처장은 별도로 교황청 국무원과 주교성 등에 암호로 된 전문(電文)을 보내 콘클라베 소집을 알린다. 만 80세 미만 추기경이 대상이다. 이즈음 교황이 모든 공식 문서에 찍는 직인인 이른바 ‘어부(1대 교황인 베드로의 원래 직업)의 반지‘와 개인 인장이 수거돼 제례용 망치로 파쇄된다. 파편은 비밀 금고에 봉인된다.

영화 ‘콘클라베’에서 교황이 서거하자 ‘어부의 반지’를 부수는 장면. /디스테이션

④ 선종 하루 뒤: 9일 애도 기간인 노벤디알레스 시작

지난 21일 오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조문하기 위해 찾은 신도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노벤디알레스(9일이라는 뜻의 라틴어)‘라 불리는 애도 기간이 시작된다. 첫날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진 교황은 덮개가 닫히지 않은 채 관에 누운 모습으로 조문객들과 만남을 시작한다. 이 기간 다수의 세계 지도자들과 국가원수도 바티칸을 찾는다. 관 내부엔 교황 재위 기간 주조된 바티칸 동전을 담은 자루와 업적을 기록한 문서가 함께 놓인다.

⑤ 선종 후 5일: 장례 미사 지낸 뒤 안장할 장소로 운구

프란치스코 교황이 안장될 예정인 이탈리아 로마 시내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전경. /AFP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추기경들과 신자들이 모여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장례 미사가 열린다. 올해는 추기경단 단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집전한다. 교황은 미사 후 유언에서 묻히고 싶다고 지목한 장소로 운구돼 영면에 들게 된다.

⑥ 선종 후 2~3주: 콘클라베서 비밀투표로 새 교황 선출

성 시스티나 성당 굴뚝의 하얀 연기. /AP 연합뉴스

이제부터는 다음 교황을 위한 시간이다. 전 세계에서 추기경들이 바티칸 성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비밀 투표를 한다. 3분의 2를 득표하는 새 교황이 나올 때까지 반복되는 투표 끝에 선출이 완료되면 성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하얀 연기를 피워 올린다. 콘클라베 기간 내내 이 역사적 장면을 보려는 인파로 성 베드로 광장이 붐빈다. 교황은 선출되는 즉시 스스로 교황 명을 정하고 광장에서 기다리는 인파의 환호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새 교황이 쓸 ‘어부의 반지‘도 새로 만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4월 10일 바티칸 시국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간 일반알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EPA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23년 4월 1일 로마에서 기관지염 치료를 받고 아고스티노 제멜리 대학병원을 떠나기 하루 전 딸 안젤리카(5세)를 잃은 세레나 수바니아를 위로하고 있다./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6월 10일 바티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5월 26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통곡의 벽 돌 사이 틈새에 봉투를 넣기 전 기도하고 있다./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4년 3월 13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바람에 날리는 모자를 잡고 있다./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2013년 3월 23일 카스텔 간돌포 여름 별장에 도착해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을 포옹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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