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앞서 전 세계 추기경들이 성베드로 성당에서 차기 교황 선출을 기원하는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사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지만 오후부터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 되는 콘클라베에는 추기경들을 제외한 누구도 입장할 수 없다./로이터 뉴시스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의 뒤를 잇는 267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교황 비밀투표)가 다음 달 초 열릴 예정이다. 교황 선거권이 있는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이 시스티나 경당(經堂·작은 예배소)에 모여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무기명 투표를 반복한다. 세례받은 남성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교황이 될 수 있지만, 통상 추기경단이 곧 후보단이다.

이런 절차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공식 입장은 “성령의 인도에 따라 새 교황이 결정된다”는 것이지만 물리학에서 카오스(chaos·혼돈) 이론 설명 사례로 콘클라베를 들 만큼 결과 예측이 불가능에 가깝다. 이코노미스트는 23일 “콘클라베에서 가장 확실한 점 한 가지는 무엇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 선종함에 따라 267대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다음 달 초 열린다. 사진은 2005년 4월 18일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이후 열린 콘클라베에 참석하기 위해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에 입장하는 추기경단의 모습. /AP 연합뉴스

Q1. 결과 예측 왜 이리 어려운가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추기경이 전원 후보인 동시에 유권자라는 점이 일반 선거와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별도 후보 등록 절차가 없다. 전 세계에서 온 추기경들은 출신이나 가치관에 대해 서로 잘 알지 못하고 언어도 다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기간 추기경단 회의를 전임자들만큼 많이 열지도 않아 추기경들이 서로를 파악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이번 콘클라베는 ‘주요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부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재투표한다.

Q2. 재투표는 어떻게 하나

콘클라베엔 상위 득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결선투표가 없다. 재투표를 할 때도 135명 전원이 다시 후보가 된다. 하지만 이미 첫 번째 투표 결과가 나오고 공개되기 때문에 비교적 표를 많이 받은 ‘유력 후보군‘이 형성되고 있음을 추기경단은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표가 한쪽으로 모이거나 분산되기를 반복한다. 1위 후보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하거나, 2~3위 후보 지지 세력 간 합종연횡이 벌어질 수 있다. 교황 요한 23세(재위 1958~1963)는 “콘클라베 때 추기경들 마음은 ‘끓는 냄비 속 완두콩‘처럼 동요한다”고 했다.

Q3. 종일 투표만 하나

오전 2회, 오후 2회로 하루 총 4회 투표한다. 콘클라베 개시일 오전엔 미사가 있기에 오후 1회에만 투표한다. 3일째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추기경들은 4일 차에 ‘성찰을 위한 휴식‘을 하고 5일 차에 투표를 재개한다. 지난 100년 동안 열린 일곱 차례 콘클라베는 모두 4일 안에 결론이 났다.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모두 이틀 만에 선출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에 따르면 투표 사이사이 쉬는 시간에 치열한 물밑 선거전이 펼쳐진다.

그래픽=이철원

Q4. 이념·대륙 파벌로 결과 예측 가능한가

낙태, 동성애, 여성 사제 서품 등 첨예한 주제에 대한 견해에 따라 가톨릭 내에도 보수·진보파가 있다. 이탈리아 추기경들이 가톨릭의 ‘전통 주류‘를 대표하며 작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유럽과 북미,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대륙별 추기경 구성이 콘클라베에 영향을 끼친다. 생전 교회 내 부패와 성 착취를 엄단한 프란치스코가 추기경단 135명 중 80%를 임명했다는 점도 큰 변수다. 프란치스코가 자신의 교회 개혁을 완수해 주기를 바란다는 의도로 추기경단 ‘물갈이‘를 했다는 해석도 있다.

Q5. 한국인 교황 나올 수 있을까

2013년 콘클라베 때 남미 출신인 프란치스코는 이른바 ‘유력 후보‘가 아니었다. 당시 추기경단은 보수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가 심금을 울리는 소견 발표 등을 통해 추기경단의 마음을 움직여 진보파·비유럽권 표뿐 아니라 일부 유럽권 표까지 얻는 데 성공해 당선됐다고 알려졌다. 현재 추기경단은 아시아 출신이 20% 가까이 된다. 투표가 거듭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남미 등 비유럽권 표심이 결집한다면 한국인 유흥식 추기경을 포함해 역대 최초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탄생하는 ‘반전‘도 가능하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