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 푸른색 정장을 입고 참석해 논란이 일었다. 바티칸 규정에 따르면, 교황 장례식 때 남성은 검은색 계열 정장과 넥타이, 흰색 셔츠를 착용하고 재킷 왼쪽 옷깃에 검은색 배지를 달아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각국 정상이 이 같은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를 준수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푸른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 성조기 배지를 착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파이어처럼 맑은 파란색 복장은 온통 검정색과 붉은색뿐인 곳에서 간판처럼 눈에 띄었다”고 했다. 전 세계 소셜미디어에선 “정말 무례하다” 같은 반응도 나왔다. 일각에선 생전 자신을 공개 비판했던 교황에 대한 반발 심리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교황은 2016년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 장벽‘에 대해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 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했었다.
NYT는 “트럼프는 지난 1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장례식에 검은색 정장을 입었다. 트럼프처럼 외모의 힘을 예민하게 인식하는 사람에게 이는 우연한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 여사는 검은색 정장을 착용해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검은색이 아닌 살구색 스타킹을 신었다는 점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대통령과 여사는 교황의 삶을 기렸다”며 ‘드레스 코드 논란‘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검은 군복을 입고 온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검은 정장에 파란 넥타이를 맨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부적절 복장’ 지적을 받았다. 마틸드 벨기에 왕비가 목을 다 가리는 듯한 7줄 진주 목걸이를 착용한 점도 논란이 됐다. 교황 장례식에 참석하는 여성은 한 줄로 된 진주 목걸이를 제외한 장신구를 걸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마틸드 왕비는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2023년 베네딕토 16세 장례식 때도 같은 목걸이를 착용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